바다의 파도가 격자 모양을 형성하는 희한한 현상이 튀르키예 연안에서 목격됐다.

X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최근 튀르키예 에게해에서 바둑판을 떠올리게 하는 격자 형태의 파도를 봤다는 이들의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각 동영상에는 무수한 네모 형태의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가 담겼다.

베테랑 선원들도 당황하게 만든 격자형 파도는 역풍랑(cross sea), 스퀘어 웨이브(square waves) 등으로 부른다. 옆놀 또는 사각파라고도 하는 역풍랑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자연 현상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파도가 교차해 격자 모양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에게해와 프랑스 누아르무티에 섬 연해 등에서 가끔 나타나는 역풍랑 <사진=volcaholic1 X 캡처>

역풍랑은 신기해 보이지만 바다에서 만나면 당장 피해야 한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파도는 때때로 높이 약 3m에 달하는 강력한 풍랑이나 비정상적인 바람을 동반할 수 있어 선박의 조종을 어렵게 하고 작은 배를 간단히 뒤집는다. 수영하는 사람 역시 역풍랑에 걸리면 변을 당할 우려가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부터 1999년 사이에 발생한 선박 사고의 대부분이 역풍랑과 연관됐다. 역풍랑이 이렇게 위험하다 보니 학계는 위성을 이용해 역풍랑의 발생 장소나 시기를 특정하려 노력해 왔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해양학자 안나 월린 교수는 "만일 이 파도를 만났다면 배의 경우 얕은 여울에 머물고 깊은 해역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며 "수영 중인 사람이라면 가급적 신속하게 육지로 헤엄친다. 파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비스듬히 수영해 탈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에게해에서 목격된 격자 모양의 파도 <사진=volcaholic1 X 캡처>

이어 "역풍랑은 조류와 바람, 해저 지형에 따라 파도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발생한다고 여겨진다"며 "주로 에게해와 프랑스 누아르무티에 섬 연해, 그리고 발트해 연안에서 볼 수 있지만 정확한 예측은 아직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역풍랑이 얕은 바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만약 조우했다면 휴대폰 등으로 촬영하기보다는 해당 해역을 급히 빠져나가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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