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고 한다. 속설일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찮지만 어쩐지 개와 고양이는 만나면 못 잡아먹어 으르렁댈 것만 같다. 오죽하면 ‘고양이 개 보듯 한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실제로 주변에는 영역을 지키려 이빨을 드러내고 싸우는 개와 고양이가 널려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개와 고양이를 한꺼번에 키우는 경우가 늘었는데, 둘이 원수처럼 지낸다면 키우는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골칫거리다.

■페로몬, 개와 고양이를 잇다

개와 고양이 사이를 페로몬으로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진=pixabay>

동물의 체외분비물질인 페로몬(pheromone)은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중요한 화학적 신호다. 영국 링컨대학교 연구팀은 이 페로몬의 힘을 빌리는 것만으로 개와 고양이의 거리를 확 좁힐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내놨다. 영국은 반려동물 가구 중 7%가 개와 고양이를 동시에 키운다.

연구팀은 시판되는 반려묘 페로몬과 반려견 페로몬을 실험에 동원했다. 한국에서도 해외배송을 통해 구매 가능한 제품이다. 반려동물 전용 페로몬들은 스트레스 완화나 진정효과를 위해 사용된다. 연구팀은 페로몬 자체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만큼 개와 고양이 사이를 가깝게 해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험에 참가한 브리더들은 6주간 개와 고양이에 해당 페로몬 제품을 꾸준하게 사용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개가 고양이를 뒤쫓는다’ ‘고양이가 개로부터 숨는다’ ‘개가 고양이를 향해 짖는다’ ‘서로 인사한다’ ‘같은 방에서 평온하게 지낸다’ 등 적대적 또는 우호적 행동 항목을 체크했다. 연구팀이 이를 매주 집계한 결과, 페로몬 사용 전에 비해 적대적 행동은 줄고 우호적 행동은 점차 늘었다. 실험이 끝날 무렵에는 이런 변화가 한층 두드러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양이와 개의 친밀감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고양이 쪽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게 우선과제로 통했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 반려견 페로몬 제품도 고양이와 사이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개와 고양이의 관계가 나쁜 건 고양이 탓이라는 견해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개가 침착해지고 고양이를 쫓아다니지 않게 되면 고양이 역시 경계를 풀고 눈치를 덜 주게 돼 둘 사이가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고양이가 훨씬 예민해 개와 사이를 갈라놓는다는 견해가 있었는데 100% 맞지 않는다는 게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고양이와 상성 좋은 개도 있다
동물도 사람처럼 성격이 있고, 상성이 좋은 종이 있다. 고양이와 개도 예외는 아니다. 고양이와 붙여놔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사이좋게 지내는 견종이 분명 존재한다.

재페니스 친은 고양이와 함께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환영 받는다. 민첩하고 호기심이 많은 점이 고양이와 닮았다. 현명하며 적응력이 좋아 새 가족에 침착하게 다가간다.순하고 듬직한 리트리버는 융통성 있고 유대감이 강해 고양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 사진 중 유독 리트리버가 많은 이유가 있다. 상냥하며 여간해선 질투하는 일도 없다.영국의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도 고양이와 궁합이 맞는다. 고집이 좀 있지만 고고한 고양이의 성격을 건드릴 정도는 아니어서 여간해선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프랑스 개 파피용도 고양이의 좋은 파트너다. 사교성이 강하며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견종이다. 다정하고 질투가 적어 고양이와 키울 개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된다.

시바견 <사진=pixabay>

시바견도 고양이의 절친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와 잘 지내는 데다, 성격도 닮았다. 독립심이 강하고 고양이처럼 몸 여기저기를 핥아 청결함을 유지하는 독특한 견종이다.

이 밖에 타고난 경주견인 그레이하운드와 휘핏도 고양이의 좋은 친구로 손꼽힌다. 악마견으로 악명 높은 비글은 기질 자체가 순해 집에서는 다른 동물들과 잘 지낸다는 평가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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