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별의 충돌로 블랙홀과 원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천문학자들이 관측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중성자별의 충돌로 인한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급격히 퍼지는 상황을 잡아냈다고 발표했다.

극적인 천문 이벤트가 벌어진 곳은 지구에서 약 1억3000만 광년 떨어진 렌즈형은하 NGC 4993이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 중인 허블우주망원경과 지상의 다양한 관측 장비가 NGC 4993을 들여다보며 얻은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두 중성자별의 충돌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마치 빅뱅의 축소판 같은 드라마틱한 현상으로, 원자가 탄생하는 순간까지 목격됐다"며 "이번 발견은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줄 중요한 힌트"라고 강조했다.

아티스트가 작성한 킬로노바 직후의 상황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부딪힌 중성자별의 폭발로 인해 블랙홀이 탄생함과 동시에 불덩어리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퍼져 나갔다"며 "그 여파는 대단해서 폭발 다음날에는 태양의 수억 배나 되는 빛을 발했다"고 덧붙였다.

중성자별 같은 고밀도 천체가 격돌해 발생하는 폭발을 킬로노바(kilonova)라고 한다. 킬로노바로 야기된 불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밝은 것은 폭발로 생성된 무거운 원소가 붕괴해 대량의 방사선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킬로노바는 지극히 드라마틱해서 몇 분, 몇 시간, 며칠 단위로 시시각각 변화했다"며 "킬로노바는 단 1개의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해 허블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지상의 천문대 여러 곳이 연계해 이번 현상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면서 탄생한 블랙홀의 상상도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이어 "충돌 직후 부서진 중성자별의 온도는 수십억 ℃에 달했고, 이는 태양 중심의 1000배나 되는 초고온으로 빅뱅으로부터 불과 1초 후의 우주의 온도와 맞먹는다"며 "이 압도적인 온도 때문에 전자는 원자핵에 결합하지 못하고 전리 플라즈마 속을 춤추듯 떠다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킬로노바의 관찰이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는 것과 같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는 순간을 관측함으로써 원자가 탄생하기 전과 막 태어난 순간, 그리고 그 이후 상태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 관계자는 "중성자별 조각들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고 폭발의 끝에서 끝까지 빛이 통과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규모까지 순식간에 성장했다"며 "폭발의 지구 쪽에서는 이미 전자와 원자핵은 결합하고 있지만 갓 태어난 블랙홀 반대편의 현재는 아직 미래"라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