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당장 죽었으면 좋겠어요.”

남편의 죽음을 간절히 원하는 주부들의 해시태그가 일본 SNS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旦那デスノート’ 즉 ‘#남편 데스노트’라는 해시태그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사용하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차츰 유명세를 타더니, 뉴스에도 등장할 만큼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데스노트에 사람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는 설정의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사진=슈에이샤 '데스노트' 공식 홈페이지>

이 해시태그를 그대로 딴 웹사이트도 있다. 남편에 대한 욕을 한바가지 올리고 주부들끼리 공유하는 일종의 인터넷 해우소다. 익명으로 남편 욕을 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성토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식이다. 2017년 개설된 이 웹사이트는 최근 회원 18만 명을 넘기며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사연을 보면 대부분 독박육아 또는 독박가사에 대한 원망이다. 입덧이 괴로운데도 방관하는 남편, 아이가 열이 펄펄 끓는데도 게임만 하는 남편, 회식 때문에 매일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 면허는 절대 따지 않고 외출할 때마다 운전 시키는 남편 등 주부들의 다양한 사연이 매일 올라온다. 결론은 대부분 “이런 남편이라면 죽어버리는 게 낫다”다. 각 글의 조회수는 수 십만 건에 달한다.

2017년 개설된 '남편 데스노트' 웹사이트. 남편의 만행(?)을 상세히 묘사한 글들이 넘쳐난다. <사진=旦那デスノート 공식 홈페이지>

‘남편 데스노트’ 운영자에 따르면, 여기 글을 올리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주부들은 상당부분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물론 만화 속 데스노트가 실제 효력을 발휘할 리 없지만, 주부들이 이런 글을 올리는 원인을 정부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20~40대 기혼여성 중 독박육아 때문에 이혼을 생각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전체 40%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일본 기업들이 남성 육아 휴직도 폭넓게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또는 가사)는 여자’라는 고정관념이 일본사회에 강하게 박혀 있는 게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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