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두 행성이 충돌하는 순간을 우연히 관측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원래 천체가 탄생한 후에는 다른 천체나 운석이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를 직접 포착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행성학자 매튜 켄워시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측 보고서에서 항성 'ASSN-21qj' 부근에서 얼음 행성으로 추측되는 두 천체가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항성 'ASSN-21qj'의 밝기 변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운 좋게 행성 간 충돌을 잡아냈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물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1800광년 떨어진 항성 'ASSN-21qj'는 2018년부터 약 1000일에 걸쳐 이전보다 2배가량 밝아졌다. 그러다 2021년 12월 무렵부터 약 500일간 점점 어두워졌다.

항성 ASSN-21qj 주변에서 일어난 얼음 행성의 충돌과 폭발을 묘사한 상상도 <사진=레이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Mark Garlick>

매튜 켄워시 교수는 "약 500일 동안 항성이 어두워진 이유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항성의 빛을 차단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며 "그전에 약 1000일간 항성이 밝아졌던 이유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항성 'ASSN-21qj'가 1000일에 걸쳐 밝아진 것은 근처에서 벌어진 행성 간의 충돌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 시나리오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항성에서 최단 3억㎞, 최장 24억㎞ 거리에서 두 거대 행성이 충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두 행성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열이 장기간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충돌로 생긴 먼지 구름이 행성의 공전운동에 의해 긴 꼬리를 만들면서 1000일의 밝은 기간과 이후 약 500일의 어두운 기간이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피터팬으로 명명된 원시 행성계 원반의 상상도.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매튜 켄워시 교수는 "'ASSN-21qj' 주위의 광량 변화로 짐작건대, 충돌한 얼음 행성은 각각 지구의 몇 배에서 수십 배 더 클 것"이라며 "이번 관측은 기존의 행성 형성론이 제시한 행성 간 충돌 사례의 첫 번째 관측"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새 항성이 탄생하면 그 주변에는 가스와 먼지로 구성되는 원시 행성계 원반이 만들어진다. 그 내부의 먼지가 응집하면서 새로운 행성이 탄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항성 방사에 의해 원반이 차차 사라지면 여기서 난 행성들의 공전궤도가 차차 변화해 서로 충돌한다. 지구 역시 탄생 후 화성만 한 천체가 충돌했고, 그 영향으로 달이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매튜 켄워시 교수는 "행성끼리 충돌을 연구하고 여기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태양계 형성 및 진화 과정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 등 첨단 장비를 통해 항성 주변의 현저한 광량 변화 등을 들여다보는 활동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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