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을 첨단 과학기술과 접목한 근미래 인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일본에서 진행 중이다.
도쿄 과학기술관이 22일까지 진행되는 과학기술 전시회 '건담 넥스트 퓨처 사이언스(GUNDAM NEXT FUTURE SCIENCE) ~ 미래의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는 '기동전사 건담'의 여러 작품에 등장한 기술 일부를 현대 과학으로 실현 가능한지 고찰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건담 세계관 속 모빌슈트들이 백병전에 사용하는 빔 사벨 관련 기술이다. 일본 도호쿠대학교 생명과학자 히가시타니 아츠시 교수는 "달 표면에서 벼농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사실 건담 시리즈에 숨어있다"며 "빔 사벨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공기 중에 비료의 근원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달 표면의 거친 레골리스는 흙이 수분을 유지하는 힘, 즉 보수력이 없어 물을 대야 하는 벼농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빔 사벨을 응용한 플라즈마 기술로 질소산화물을 만들어내면 달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히가시타니 교수는 "과학자들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일말의 가능성을 키우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여러 기술을 만들어 왔다"며 "'기동전사 건담'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기술들을 묘사했지만 학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기동전사 건담' 등 과학기술 관련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일선 과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신기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왔다. 대중이 소비하는 애니메이션을 실제 과학 연구와 접목하는 이런 활동을 일본 정부도 적극 지원한다.
'건담 넥스트 퓨처 사이언스' 전시회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 아이디어를 딴 미니어처 로봇 조작 체험이 가능하다. 실제 탑승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도 공개된다. 이들 로봇은 도쿄나 요코하마 등에 전시 중인 실물 크기 건담 모형을 움직이는 운영체제(OS)를 사용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