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말안장이 몽골에서 발견됐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말안장은 4세기 초부터 서기 552년까지 몽골고원을 호령한 유목 민족 연합체 유연의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발굴 보고서를 통해 서기 267~535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말안장을 소개했다. 연구팀의 연대 측정이 맞는다면 이 유물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말안장이 된다.
고대 동아시아 승마 기술의 변혁을 보여주는 이 말안장은 서몽골 우르드 울란 우니트의 동굴 매장지에서 인마의 유골과 함께 발견됐다.
발굴 관계자는 “목재 틀을 바탕으로 나무와 동물 가죽을 덧대 만든 이 말안장은 사람이 말 위에서 오래 머물도록 도왔을 것”이라며 “이 오래된 말안장을 통해 우리는 유연이 한때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기마대를 보유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몽골고원 유목민들의 앞선 승마기술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이 말안장 하나에서 잘 드러난다”며 “안장은 말의 등에 쉽게 얹을 수 있고 생각보다 가벼우며, 탑승자가 제어하기 쉬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고고학 및 역사학자들은 이런 고도의 말안장 덕에 유연 사람들이 쉽게 이동하고 물건을 날랐으며, 특히 원정을 나가 기마전으로 적을 쉽게 굴복시킨 것으로 생각했다.
발굴 관계자는 “안장에 사용된 나무는 몽골고원의 토종 자작나무이며 가죽은 유연이 사육한 말의 것으로 확인됐다”며 “5~6세기 몽골고원을 지배한 유목 민족 유연의 황금기는 말안장의 연대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유연은 유목 민족의 연합체로 결속력이 약했지만 강력한 기마대를 앞세워 아시아 국가들을 정복했다. 연구팀은 유연의 기마대가 한때 무서운 기세로 정복 사업을 이어간 비결이 이런 고도의 승마 기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발굴 관계자는 “초원을 떠돌며 남의 영토를 계속 침략해야 했던 유목 민족에게 의외로 수준 높은 승마기술이 있었던 것은 놀랍다”며 “이런 기술력은 국가의 번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