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시리얼 킬러(연쇄살인마)들은 여러 방면에서 범죄심리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돼 왔다. 특히 그들의 정신상태에 대한 호기심이 오랜 세월 이어졌다. 연구자들 중 일부는 희생자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살인마들의 취향과 범죄 경향에 파고들었는데, 그 결과 이들이 희생자를 특정하는 패턴이 발견됐다. 

심리학 프론티어 저널(Frontiers in Psychology) 최신호에 실린 논문 ‘식인 살인마들의 친족 기피경향(Kin-avoidance in Cannibalistic Homicide)’은 희생자의 인육을 요리해 먹는 자들의 심리상태와 범죄패턴을 분석했다. 특히 제목에서 드러나듯 식인 살인마들이 가족이나 지인만은 피하는 독특한 경향을 들여다봤다.

미국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말리스 오스틀랜드와 번스타인 컴퓨터신경과학센터(베를린) 미셸 브레히트 연구원은 이 논문에서 1900년 이래 살인을 저지른 121명의 정신상태를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사람을 죽여 인육을 먹은 사실이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았다. 총 희생자는 무려 631명이다.

한니발 렉터에 속아 인육을 먹는 장면. 물론 드라마 속 이야기다. <사진=AXN '한니발' 스틸>

식인 살인마들의 범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인육을 먹는 이들의 살인에는 성적 요소가 짙게 연관돼 있었다. 가해자는 주로 남성이었다. 희생자를 먹지 않는 범죄자에 비해 가해자 연령대가 높았는데, 비교적 자신보다 젊은 대상을 노렸다.

수법에도 특징이 발견됐다. 총을 사용하기보다 목을 조르거나(교살) 칼을 사용했다. 일부는 맨손이나 발로 희생자의 몸 곳곳을 죽을 때까지 때렸다. 즉 희생자를 간단히 죽이기보다는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직접 살해하는 쪽을 선호했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살인 자체에 굉장히 흥분하고 즐기는 타입”이라고 분석했다.

잔인무도한 식인 살인마들은 희생자의 살과 장기로 만든 요리를 남에게 권하고 스릴을 즐긴다. 드라마 ‘한니발’에서도 유명 정신과의사의 탈을 쓴 킬러 한니발 렉터(매즈 미켈슨)의 요리에 심취한 FBI 수사관 잭 크로포드(로렌스 피시번)의 경우가 그렇다. 최고급 소나 돼지의 특수부위로 알고 먹은 요리 속 식재료는 한니발이 죽인 희생자의 간과 콩팥이었다. 

NBC 드라마 '한니발'의 FBI 요원을 연기한 로렌스 피시번. 정신과의사 한니발 렉터에게 범죄심리를 묻기 위해 방문하다 그의 요리에 심취한다. <사진=AXN '한니발' 스틸>

다만 이런 식인 살인마들은 생판 모르는 타인을 노리며, 가족이나 지인은 먹잇감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논문 속 631명의 희생자 중 범인과 서로 알던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특히 이런 살인자들은 70% 가까이 중증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 이와 달리 타인을 죽여 요리한 살인자들 중 중증 정신질환자는 22%로 훨씬 적었다.

연구원들은 희생자가 식구나 지인일 경우 잡아먹지 않는 것은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는 자연계 섭리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족이든 남이든 희생자를 잡아먹는 살인마는 정신상태가 꽤나 무너진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그 중 식구를 안 잡아먹는다는 경우는 자연의 논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사실 자연계에서 같은 개체끼리 잡아먹는 행위는 흔하다. 생물학계에 따르면 1500종 이상의 동물에서 이런 현상이 확인된다. 다만 같은 개체는 먹어도 가족은 건드르지 않는 경우가 개구리와 두꺼비 일부 종에서 관찰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카니발리즘은 진화에 불리하다. 뇌를 먹는 일부 아프리카 부족은 심각한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일부 개구리도 그 때문에 제 식구는 먹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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