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오른손 아니면 왼손잡이로 살아간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통계상 지구상에서 오른손을 사용하는 사람은 약 90%로, 이를 뺀 나머지 10%가량이 왼손잡이다. 간혹 양손잡이도 있는데 0.1%로 아주 드물어 통계상 의미는 미미하다.
오른손잡이의 수가 압도적이다 보니 왼손잡이는 여러모로 차별 받아왔다. 고대사회에서부터 왼손잡이는 신의 저주를 받았다며 탄압의 대상이었다. 회전문, 버스 카드단말기, 지하철 개찰구, 심지어 출입문 손잡이 등 사회 전반적인 시설들이 오른손잡이 위주다. 오죽하면 왼손잡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매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했을까.
이런 왼손잡이를 둘러싼 속설도 부지기수다. 의학적으로 오른뇌를 주로 사용하는 왼손잡이는 심미안이 발달하고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일부 뛰어난 예술가 중 왼손잡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압도적으로 많은 오른손잡이 중에도 대단한 예술가가 즐비하다. 일부 뇌의학자들은 왼손잡이들은 뇌의 좌측과 오른쪽 언어영역이 골고루 발달해 언어기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연구가 계속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분야다.
왼손잡이 중엔 천재가 많다는 속설도 가짜다. 일부 왼손잡이 천재들을 부각한 이야기일 뿐이다. 읽기와 쓰기, 말하기 등 언어와 관련이 있는 왼쪽 뇌를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잡이 중에도 천재들이 아주 많다. 오히려 천재는 아인슈타인처럼 좌뇌와 우뇌의 연결에 집중한 인물이라는 학설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게 의학계 중론이다.
스포츠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속설은 일부만 맞다. 야구나 테니스 외에 왼손잡이가 활약하거나 유리할 분야는 별로 없다. 야구는 상대 타선에 따라 좌완투수가 반드시 필요하고, 테니스는 서브 특성상 왼손이 무조건 유리하다. 그 외의 종목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규칙이 정해졌다. 왼쪽 다리가 중심축이 되는 대부분의 트랙 경기만 봐도 왼손잡이는 스포츠계에서도 불리하다.
우리의 대뇌가 왼손잡이 또는 오른손잡이의 결정에 있어 가장 연관이 있다는 그간의 학설도 최근 연구결과 흔들리고 있다.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 연구팀은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를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 뇌나 신경학적 발달이 아닌, 척추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엄마 뱃속에 있는 임신 8~12주차 태아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 학계에서는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중 어느 쪽 유전자 활동이 활발해지는지에 따라 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가 결정된다고 추정했다.
보훔 루르대학교 연구팀은 태아의 척추에서 생기는 유전자의 발현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대칭성을 발견했다. 특히 이 비대칭성 활동은 '운동피질(motor cortex, 대뇌 전두엽의 신피질로 수의적 근육 운동을 통제)'이 척추와 연결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척추 내에는 뇌와 말초신경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중추신경의 일부인 척수가 있는데, 문제의 유전자 활동은 아무래도 그곳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듯하다"며 "이 활동으로 야기되는 비대칭성에 의해 오른손잡이가 될지, 아니면 왼손잡이가 될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대뇌의 운동피질에 앞서 척추 내 유전자활동이 사람의 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연구팀은 척추 내 유전자 활동의 비대칭성이 태아 시절의 외부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고 결론 내렸다. 즉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돌연변이나 특성뿐 아니라 뱃속 아기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환경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이 환경(외부) 요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면서도 "이로 인해 태아들의 체내 효소 작용이 변하고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척추 내에서 유전자 활동의 비대칭성이 생기고, 이내 어느 쪽 손을 사용할 지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