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하트(broken heart)’. 상심은 숱한 대중가요 속에 등장하는 흔한 노랫말이다. 이런 곡들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짐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노랫말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우리 대중가요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의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문학에도 연인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살아갈 의지를 잃는 주인공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 대상이 연인이건 가족이건 친구건 간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굉장한 아픔이다. 여기서 알아야할 사실 하나. 극도의 상실감이 엄습할 경우, 자칫 남겨진 이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는 이미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 인간은 상실감 때문에 죽는다

사별 후 남겨진 이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진=pixabay>

의학계는 이전부터 대단한 상실감과 남겨진 이들의 죽음에 주목했다. 실제로 금슬 좋은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나머지 한 명도 곧 뒤따르는 사례가 각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2014년 영국 웨일스에 거주하던 마거릿 윌리엄스 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남편 에드먼드 씨는 숨진 아내에게 자작시를 바쳤다. 이들은 60년간 부부로 지냈다. 아흔이 가까운데도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설 정도로 서로 사랑했다.

마거릿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에드먼드 씨마저 생을 마감했다. 지독한 슬픔에 찌든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 결국 마거릿 씨를 안장한 흙이 마르기도 전에 남편의 관이 합장됐다. 이웃들은 각별한 부부가 죽은 뒤에도 하나로 맺어졌다고 생각했다.

1952년 볼링장에서 만나 같은 해 결혼한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의 잉꼬부부 돈과 맥신 심슨도 비슷한 케이스다. 남편 돈은 아내 맥신이 87세로 사망하자 눈물을 뚝뚝 흘리다 불과 4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잖게 보고됐다. 2018년 카나가와에서는 50년 넘게 함께 산 부부가 하루 사이로 생을 마감했다는 신문기사가 났다. 먼저 떠난 쪽이 82세 할머니였는데, 남겨진 할아버지는 하루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수국가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 남편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 상실감과 죽음의 과학적 연관성

남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슬픔을 간직하고 이들을 기리는 축제를 벌인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이처럼 남겨진 사람들이 망자의 뒤를 따르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실증하려 했다. 미국 의학저널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실린 연구들을 보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이 같은 달 심장발작이나 뇌경색 등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 건수는 보통 사람의 2배를 넘었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일명 ‘상심 신드롬(broken heart syndrome)’으로 정의한다. 보다 학술적으로는 ‘타코츠보 심장근육병증(타코츠보 심근병증, takotsubo cardiomyopathy)’이라고 부른다. 타코츠보(たこつぼ)는 문어를 잡는 항아리를 뜻하는 일본어다. 심장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좌심실이 팽창, 마치 항아리처럼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stress cardiomyopathy)’이라고도 한다.

영국심장재단 조사결과를 보면, 타코츠보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갑자기 쇠약해지거나 마비되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강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타코츠보 심근병증 환자의 4분의 3이 발병 전 감정적 또는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여기서 가장 주된 원인이 바로 사별이다. 친구나 동료의 심한 장난이나 왕따, 공개망신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발병자도 있다.

사별에 따른 상실감이 스트레스로 연결되고, 이것이 치명적인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사례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사회가 현대화되고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늘면서 이런 보고는 더 잦아지고 있다.

우리 몸은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의 급격한 방출에 취약하다. 이는 곧 심장근육의 이상, 즉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스트레스에 의한 심장마비는 혈액 공급이 뚝 떨어져 일어나는 일반적인 심장발작과는 완전 별개다.

영국심장재단에 따르면 타코츠보 심근병증을 앓는 많은 사람의 관상동맥은 상당히 정상적이었다. 당연히 심각한 폐색이 평소 관찰되지 않았다. 단기간에 몰려든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경우 심장은 원래대로 회복된다. 다만 노인의 경우 이로 인해 치명적인 심장발작을 일으키고 끝내 회복하지 못하기도 한다.


■남겨진 이들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반려동물의 죽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진=pixabay>

상실감에 따른 죽음을 막을 방법은 분명히 있다. 반려자를 먼저 보내고 남은 사람들의 경우, 그 자녀들이 수시로 연락하거나 모임 등으로 유도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다.

가장 절실한 것이 본인의 노력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슬픔에 사로잡히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장마비뿐 아니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가급적 혼자 있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술에 의지하기보다 운동 등으로 신경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지체없이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스트레스 역시 사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잖다. 이런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제도나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직장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직원을 위해 눈치 주지 않고 특별휴가를 주는 식이다. 뭣보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인데’라고 웃어넘기는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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