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37분 22초로 지구와 거의 비슷한 화성의 자전 속도가 실은 미세하게 빨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관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12월 4년간의 화성 탐사 미션을 모두 마치고 잠들었다.
NASA는 '인사이트'가 남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의 자전이 1년에 약 4m 가속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화성의 하루는 극히 미미하지만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NASA는 전했다.
NASA는 화성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는 원인을 아직 특정하지는 못했다. 화성의 남극과 북극에 존재하는 얼음의 축적이나 빙하기가 끝난 후의 지각변동 등이 자전 속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행성의 자전이 인간이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게 빨라지는 것은 화성 외의 천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뚜렷한 원인은 불명이지만 가설은 몇 가지 있다.
NASA 관계자는 "행성의 북극이나 남극에 있는 얼음의 축적이나 빙하기가 끝나고 그때까지 얼음에 파묻혀 있던 땅이 달아오르는 것이 자전 속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회전할 때 펼친 팔을 오므리면 빨라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는 2018년 11월 화성에 착륙했다. 다음 달 화성 지진계 'SEIS'를 가동했고, 지난해 작동이 멈출 때까지 1300건 이상의 화성 지진을 관측했다. 이를 통해 학자들은 화성의 핵이 액체이고, 반지름은 약 1800㎞라는 것을 알아냈다.
사실 '인사이트'는 'SEIS'에 비해 덜 알려진 계측기 'RISE(rotation and interior structure experiment)'를 이용해 화성의 자전 속도를 측정해 왔다. NASA는 'RISE'를 세계 각지에 설치된 심우주 통신망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DSN)와 연결해 화성의 자전을 관찰했다.
NASA 관계자는 "화성의 자전 속도는 우선 DSN에서 '인사이트'로 전파를 보내고 이를 'RISE'가 포착, 곧바로 DSN에 반사하는 방식"이라며 "여기서 주고받는 전파는 도플러 효과 때문에 주파수가 약간 변화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행성의 자전 속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스템은 1970년대 화성 탐사선 '바이킹'과 1990년대 후반 '마스 패스파인더'도 이용했다"며 "'인사이트'의 경우 훨씬 고성능이어서 '바이킹'에 비해 5배나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NASA에 따르면, 'RISE'의 정보는 화성의 흔들림을 알아보는 데도 유용하다. 화성의 액체 핵이 흔들리면서 일어나는 반응을 통해 그 크기를 추정할 수 있다. NASA는 'SEIS'와 'RISE'의 정보를 조합, 화성의 핵은 반지름이 1790~1850㎞이라는 것을 확인됐다.
'인사이트'는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2022년 발생한 화성의 대규모 모래폭풍 탓에 오염되면서 생각보다 일찍 임무를 마감했다.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미션을 접은 '인사이트'지만 잠든 뒤에도 천문학자들에게 의외의 선물을 안긴 셈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