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오랜 기간 인류의 친구로 살아왔다. 수 천년 전 고문서에 고양이가 등장하고, 제2차 세계대전 등 역사적 순간을 담은 색 바랜 사진에도 어김없이 고양이가 담겨 있다. 

사람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온 고양이들 중에는 역사에 길이 남은 미스터리한 존재들도 있다. 이 중엔 살인사건을 풀어내거나 전쟁통에 바다에 세 번 빠지고도 살아남은 불사조 같은 고양이도 있다. 

■첫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

펠리세트와 족적, 신문기사 <사진=트위터>

1963년 10월 18일, 프랑스령 알제리 사막 공군기지에서 액체연료를 채운 로켓 베로니크 AG1(Veronique AG1)호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에 자극 받은 프랑스가 발사한 이 로켓에는 인류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고양이 펠리세트가 타고 있었다.

159㎞ 상공으로 발사된 베로니크 AG1에 탑승한 펠리세트는 무중력 체험까지 마치고 15분 만에 무사히 귀환했다. 과학자들은 돌아온 펠리세트의 몸을 살핀 뒤 별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다만 3개월 뒤 펠리세트가 안락사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벌어졌다.

펠리세트는 원래 로켓에 태우려던 고양이가 발사 당일 사라지면서 대신 우주로 날아갔다. 프랑스 정부는 펠리세트를 기리기 위해 2019년 스트라스부르 국제우주대학교(ISU)에 기념상을 설치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무에자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는 고양이를 매우 사랑했다고 알려졌다. 그에게는 무에자(Muezza)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는데, 예배 때 무함마드가 무릎 위에 올려둔 반려묘로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신성한 예배에 고양이를 들인 이유는 무에자가 독사로부터 무함마드를 구했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해준 무에자에게 무함마드는 어디로 떨어지더라도 똑바로 착지할 수 있는 능력을 줬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어느 날 예배를 가려던 무함마드가 옷을 입으려는데 소매 위에 무에자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무함마드는 무에자를 깨우지 않고 옷소매를 잘라냈다. 한쪽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외출한 그에게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무함마드는 싱긋 웃기만 했다. 

■3번 침몰서 살아난 고양이 

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겐 공포의 대상이던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 <사진=영화 '비스마르크호를 격침하라' 스틸>

샘이라는 고양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 차례 함선 침몰을 이겨낸 기적의 뱃고양이다. 

1941년 5월 27일,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에 승선 중이던 샘은 연합군과 격전 끝에 배가 침몰하자 위기를 맞았다. 바다에 뛰어든 샘은 비스마르크의 잔해에 올라탄 채 표류하다 영국 해군 구축함에 구조됐다. 비스마르크에 승선했던 병사 2000여명은 그대로 수장되고 말았다.

이후 오스카라는 새 이름이 붙은 고양이는 3개월 뒤 영국 구축함이 독일 잠수함 어뢰를 맞고 침몰하자 다시 죽을 위기에 처했다. 다만 오스카는 이번에도 기적적으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이런 영화 같은 상황은 이후 한 번 더 벌어졌다. 

사람이 벌인 전쟁 탓에 죽을 고비를 세 번 넘긴 오스카는 전쟁이 끝난 뒤 조용하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학교 마스코트 고양이 룸에이트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에 처음 나타난 이 고양이는 약 15년간 한 교실을 찾아 학생들과 어울렸다. 귀여운 고양이에게 학생들은 교실 번호를 따 ‘룸에이트(Room 8)’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신기하게도 룸에이트는 학기가 시작되면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가 방학이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1960년대 중반까지 매년 이런 습관을 반복한 룸에이트는 수많은 언론이 취재를 올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루에 받은 팬레터가 100통이 넘은 적도 있다. 

룸에이트는 문제를 푸는 학생에 다가가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등 귀여운 행동으로 사랑 받았다.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교사가 눈치를 주면 교실 뒤로 가 낮잠을 잤다. 나이가 든 뒤에는 학교 근처 가정에 반려묘로 받아들여졌다. 1968년 룸에이트가 죽자 언론들이 기사를 크게 쓸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했다. 

■살인사건 풀어준 스노우볼

지역방송에도 등장했던 스노우볼 <사진=트위터>

1994년,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에 살던 다섯 아이의 엄마 셜리(32)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셜리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대대적인 수색에 나선 경찰은 피 묻은 재킷과 신발을 감춘 가방을 숲 속에서 발견했다. 재킷에는 고양이 털이 무수히 묻어 있었는데, 경찰은 셜리의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 스노우볼에 주목했다. 

경찰은 당시 막 도입된 DNA검사에 나섰다. 재킷에 묻은 털을 분석한 결과 DNA가 스노우볼의 털과 일치했다. 만일을 위해 경찰은 다른 고양이 20마리를 동원한 DNA 검사를 추가 실시했다. 이 결과에서도 재킷에 묻은 털이 스노우볼의 것이 확실했다.   

결국 스노우볼의 활약(?) 덕에 셜리의 남편은 살인죄로 체포됐고 15년형 판결을 받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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