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유없이 기분이 나쁜 이유를 과학자들이 뇌 속에서 찾아냈다. 다만 아쉽게도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연구팀은 22일 신경과학 저널에 '편도체 지속성과 실제 정서적 경험 및 심리적 웰빙의 연결성(Linking Amygdala Persistence to Real-World Emotional Experience and Psychological Well-Being)'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엔 두뇌 속 편도체(amygdala)의 활동이 사람들의 부정적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결과가 담겼다.   

편도체는 측두엽 안쪽에 있는 신경핵의 집합체로, 뇌 변연계(limb system)의 일부다. 동기나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감정 처리, 기억 및 의사 결정과도 관련이 있다.

편도체가 활발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 지속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성인 52명을 대상으로 심리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긍정적, 부정적, 중립적 이미지를 보여준 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RMI) 스캔으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본 일부 피실험자는 왼쪽 편도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됐다. 즉 폭력이나 신체절단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한 뒤에도 계속 사진을 보는 듯한 효과가 지속, 일상에서도 '기분이 나쁘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편도체 활동이 지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혐오스러운 사진을 본 뒤 감정 반응이 더 빨리 정상화됐으며, 일상에서도 기분 나쁜 경우가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종의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를 동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필오버 효과란 경제학에서 유래한 용어로, 특정 지역에서 생긴 현상이나 혜택이 넘쳐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편도체 활동으로 비롯된 부정적인 느낌이 일상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람의 감정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사진=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

연구팀은 "편도체 지속성이 큰 사람은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뒤 이와 관련없는 일이 일어나도 부정적 느낌이 증폭되거나 연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편도체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전날 느꼈던 부정적 감정이 잊히더라도 다음 날 기분이 언짢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우선 실험 참가자가 적었고, 편도체 이외의 다른 뇌 부분의 영향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기분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일생 동안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자기 평가"라며 "이런 과정은 편도체처럼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뇌 전체의 네트워크에 의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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