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공룡을 멸종시킨 것은 목성 궤도 바깥쪽에서 온 소행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룡의 멸종 원인은 아직 논쟁 단계에 있으며, 소행성 등 천체 충돌이 유력한 가설로 평가된다.

독일 쾰른대학교 마리오 피셔 괴데 박사 연구팀은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구에 충돌해 공룡을 멸종시킨 천체로 여겨지는 칙술루브 충돌체(Chicxulub impactor)를 분석한 연구팀의 조사 내용은 대번에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칙술루브 충돌체는 약 6600만 년 전 현재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앞바다에 떨어져 지름 약 180㎞, 깊이 약 20㎞의 칙술루브 충돌구를 만들었다고 추측된다. 충돌체 크기는 지름 10~15㎞로 생각된다. 충돌체가 떨어진 시기는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고제3기 사이로, 공룡 등 지구상의 생물 절반 이상이 자취를 감춘 K-Pg 대멸종과 겹친다. 

공룡 멸종을 야기한 소행성은 목성 궤도 바깥에서 온 C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영화 '딥 임팩트' 공식 포스터>

연구팀은 진화한 동위원소 검출 기술을 사용해 백악기와 고제3기 사이 유카탄반도에 형성된 퇴적물 샘플들을 비교 분석했다. 마리오 피셔 괴데 박사는 "칙술루브 충돌체에 의한 잔해가 쌓인 지층 일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에 거의 없지만 소행성에 풍부한 루테늄의 동위원소에 집중했다"며 "이 과정에서 칙술루브 충돌체가 C형 소행성일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소행성은 분포 비율에 따라 C형, S형, M형으로 구분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소행성의 약 75%를 차지하는 C형은 태양에서 약 4억5000만㎞ 떨어진 태양계 바깥쪽에서 형성되고 탄소를 많이 포함한다. S형은 태양에서 최소 2억㎞ 거리에서 만들어지고 규산염이 많으며 전체 소행성의 대략 17%를 구성한다. 나머지는 철이나 니켈 등 금속 성분이 많이 포함된 M형 소행성이다.

마리오 피셔 괴데 박사는 "루테늄 동위원소는 일반적으로 C와 S형 소행성을 구분하는 데 사용하는 좋은 지표"라며 "지구에 낙하하는 운석의 대부분은 S형 소행성이라는 점에서 칙술루브 충돌체가 C형 소행성이라는 이번 결론은 매우 놀랍다"고 설명했다.

공룡을 비롯해 지구상 생물 절반 이상이 날아간 K-Pg 대멸종의 원인은 아직 모른다. <사진=pixabay>

칙술루브 충돌체가 C형 소행성이라는 가설은 전에서 제기됐다. 다만 과거에는 루테늄 같은 지구에는 드물지만 운석에 많은 백금족 원소 검출이 지금보다 어려워 힘을 받지 못했다.

마리오 피셔 괴데 박사는 "우리 연구대로라면 칙술루브 충돌체가 형성된 것은 목성 궤도의 바깥이라고 할 수 있다"며 "C형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가치가 충분하며, 보다 진보한 행성 방어 시스템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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