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에 대해서는 최근 몇년간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장내에 좋은 미생물이 많아야 장수한다는 내용은 이미 상식 수준이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 암까지 치료하는 방법(fecal transplant)도 일반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노년에 건강하거나 장수하려면 몸에 좋은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연구기관 시스템생물학연구소(ISB) 학자들은 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을 관찰한 결과 이 같이 주장했다. 장내 미생물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독특하고 개인화되며, 심지어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와 같은 유익한 박테리아의 수가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박테로이데스는 비만과 당뇨 등을 막는 유익한 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감소 패턴은 신체 건강 및 장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아무리 유익한 미생물이라도 나이가 들며 변하거나 감소하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거나 장수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나이가 들며 미생물 군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했지만, 기존의 유익한 대사 기능을 똑같이 수행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미생물 군의 변화가 건강한 패턴을 따르는 사람의 장에서 장수와 관련된 특정 대사 산물도 발견했다. 

장내 유익균도 줄어들어야 장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ISB의 생화학자 토마스 윌만스키는 "지난 10년간 환자를 분석, 이런 장내 미생물 변화 및 감소가 생존과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장내 미생물의 변화는 중년(40​​~50세)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혈액 대사체학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미생물 변화는 노화가 건강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진단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윌만스키 연구원이 지적했듯 미생물 군의 변화가 실제 건강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단지 건강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확실히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ISB의 미생물학자 션 기븐스는 "기존의 연구 결과는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고서는 나이가 들며 핵심 미생물이 감소하는 것을 밝혀냈지만 다른 연구는 미생물 군의 안정성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의 연구는 기존의 이런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연구는 18~101세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연구는 미생물과 사망률의 연관성을 면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78~98세로 범위를 좁혔다.

이 연구는 어떤 미생물이 장수에 도움을 주는지 밝힌 게 아니라 미생물 군의 변화 패턴을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ISB의 생명 공학자 네이탄 프라이스는 "이번 연구는 사람의 일생 동안 장내 미생물 군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영향 등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임상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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