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 넘는 심해에 서식하는 기괴한 형체의 물고기 퍼시픽 풋볼 피시(Pacific Football Fish)가 2년 만에 다시 해변에서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크리스털 코브 주립공원(CCSP)은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암흑의 외계 생물체'로 통하는 심해어 퍼시픽 풋볼 피시를 소개했다.

사진 속의 퍼시픽 풋볼 피시는 암컷으로 몸길이 약 40㎝다. 이 종은 주로 1000m 심해에 서식하기 때문에 연안이나 해변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퍼시픽 풋볼 피시가 미국에서 사람들 눈에 띈 것은 2021년 5월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전 세계에 표본이 불과 30여 개인 퍼시픽 풋볼 피시 <사진=CCSP 공식 페이스북>

CCSP에 따르면, 퍼시픽 풋볼 피시는 이달 13일 수상 인명구조원에 의해 발견됐다. 입을 크게 벌린 채 죽은 상태였으며, 몸에는 외상이 전혀 없었다.

수상 인명구조원은 공처럼 둥근 새까만 몸체와 툭 튀어나온 턱, 날카로운 이빨, 먹이를 유인하는 독특한 머리 돌기(일리슘) 등 기괴한 형태의 퍼시픽 풋볼 피시가 범상한 물고기가 아니라고 여겨 CCSP에 신고했다.

CCSP 관계자는 "퍼시픽 풋볼 피시는 암수의 크기 및 형상이 전혀 다른 성적이형의 전형을 보여준다"며 "아주 작은 수컷은 암컷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번식을 위해서만 살다 죽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수상 인명구조원에 의해 발견된 퍼시픽 풋볼 피시 암컷 <사진=CCSP 공식 페이스북>

이어 "얕으면 800m, 깊을 경우 1200m 이상 심해에 서식하는 퍼시픽 풋볼 피시는 좀처럼 해변에 올라오지 않는다"며 "2021년에는 공원 방문객들이 우연히 퍼시픽 풋볼 피시를 발견했는데, 2년여 만에 같은 물고기가 비슷한 장소에서 확인돼 우리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2년 전의 퍼시픽 풋볼 피시는 표본 처리돼 현재 로스앤젤레스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CCSP 관계자는 "이번 개체는 일리슘이 온전해 연구 가치가 더욱 크다"며 "퍼시픽 풋볼 피시 암컷은 촉수처럼 뻗은 일리슘에서 빛을 발해 먹이를 유인하거나 일시적으로 눈이 멀게 해 먹이활동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뾰족한 유리 파편 같은 치아는 투명하고 큰 입은 자신의 몸집과 비슷한 먹이를 빨아들이듯 단번에 삼킬 수 있다"며 "2.5~4㎝ 밖에 자라지 않는 수컷은 최대 60㎝까지 성장하는 암컷의 몸에 기생해 번식을 돕는 것만이 존재의 의미"라고 말했다.

2년 만에 발견된 퍼시픽 풋볼 피시 암컷. 몸길이 약 40㎝다. <사진=CCSP 공식 페이스북>

입을 빨판처럼 사용해 암컷 몸에 들러붙은 수컷은 이윽고 고착해 합체한다. 수컷은 암컷으로부터 영양분을 얻고 번식을 위한 정자를 제공한다. 암컷과 일체화해 정소 이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수컷은 그대로 흡수돼 버린다. 이런 기묘하고 신비로운 생태 때문에 해양생물학자들은 캘리포니아 해양 보호구역의 수면 아래 사는 퍼시픽 풋볼 피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에 발견된 퍼시픽 풋볼 피시는 캘리포니아 어류야생동물국(CDFW)이 가져다 정밀 조사하고 있다. CDFW는 퍼시픽 풋볼 피시의 표본이 세계 약 30개뿐인 관계로 매우 귀하며, 이번 샘플은 미지의 심해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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