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량이 떨어져 활동을 임시 중단했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마지막일지 모를 셀프 사진을 전송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사이트가 촬영한 셀프 이미지 한 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20분(미국시간) 찍힌 이 사진은 온통 먼지로 뒤덮인 인사이트와 화성의 삭막한 풍경을 담았다.
인사이트는 영화 ‘마션’(2015)에서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NASA의 인사이트 운용팀은 이 탐사선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무척 측은하다고 입을 전했다.
NASA가 이 사진을 인사이트의 마지막 셀카로 판단한 것은 생각보다 전력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인사이트는 태양 전지판을 구성하는 패널 입자들이 분간되지 않을 만큼 뽀얀 먼지가 쌓여있다.
NASA는 당초 내년 1월까지 인사이트의 탐사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양빛을 받아 전력을 비축하는 탐사선들은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인사이트의 경우 활동을 2주 정도 멈추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NASA는 추측했다. 다만 사진을 정밀 분석한 인사이트 운용팀은 인사이트의 이번 사진이 마지막 셀프 사진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견해를 내놨다.
지난 2018년 11월 27일 화성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한 인사이트는 화성의 내부 구조 해명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착륙 다음 달 화성 지진 탐지기 ‘SEIS’를 가동해 지금까지 1300건 넘는 화성 지진을 관측했다. 지난 5월 4일 사상 최대인 리히터 5의 화성 지진을 감지했고 최근 운석 충돌 지진파와 음파를 분석, 크레이터의 위치까지 특정했다. NASA는 ‘SEIS’의 정보를 통해 화성의 핵이 액체라는 사실과 화성 지각의 두께를 알아냈다.
인사이트는 지난 9월 21일 화성에 불어닥친 모래폭풍의 영향으로 전력량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모래폭풍 탓에 발생한 엄청난 먼지는 화성 대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한참만에 다시 지표면에 떨어진다. 모래폭풍은 인사이트로부터 약 3500㎞ 떨어진 곳에 발생했지만 지난달 3일쯤 인사이트 주변의 대기 중 먼지 농도가 40% 넘게 치솟았다.
인사이트 운용팀 관계자는 “전력을 주로 소비하는 관측 장치를 끄면 그만큼 오랫동안 인사이트의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고 봤다”며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약 2주간 인사이트와 SEIS의 가동을 중단하고 상태를 지켜봤는데 두 장비는 현재 당장 가동을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성의 초기 지질학적 진화를 알아보기 위해 2018년 5월 5일 발사된 인사이트는 2018년 11월 26일 화성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 약 4년간 임무를 수행해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