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는 표피 아래 혈관, 신경, 모낭, 땀샘 등을 포함한 진피(dermis)가 손상됐을 때 생긴다. 상처 치유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흉터 조직은 주변과는 다른 조직과 질감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얼굴에 상처가 나면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외과의 마이클 롱거커 교수 등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통해 흉터 없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마취된 실험용 쥐의 상처에 특정한 약물을 바르면 나중에 흉터없이 주변과 똑같은 정상적인 상태로 치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3일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롱거커 교수는 "처음으로 충격받은 것은 치유된 상처에서 털이 났다는 점이었다"며 "또한 정상적인 땀샘도 있었고, 상처 입지 않은 다른 피부처럼 조직이 튼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흉터가 남은 부위에는 털이 자라지 않는다 <사진=pixabay>

흉터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모두 손상된 조직에 콜라겐이 축적되며 나타난다. 이는 새로운 정상 피부를 재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피부의 벌어진 부분을 봉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흉터 조직을 형성하지 않으면 상처가 천천히 치유돼 감염이나 혈액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단점은 흉터 조직이 피부의 형태와 기능을 손상한다는 것이다. 흉터 조직에는 모낭이나 땀샘이 없다. 또 피부보다 유연하지 않고 약해서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체온을 조절하지 못한다. 항생제와 현대 의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흉터 조직이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겠지만, 요즘에는 얼굴 같은 부위에 흉터가 생기면 정서적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연구진은 상처 회복 중 피부 조직의 긴장(tension)이 흉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태아의 피부는 긴장이나 단단함과는 거리가 먼 젤라틴 형태이기 때문에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

실험 중 연구진은 인그레일드-1 유전자(Engrailed-1 gene)가 흉터를 유발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에서 간혹 발견되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이용해 상처 회복이 진행되는 중 인그레일드-1 유전자를 발현하지 않는 섬유아세포의 일부 집단을 골라냈다. 즉 흉터가 발생하지 않은 섬유아세포를 골라낸 것이다.

여기에 조직의 긴장도에 따른 흉터 반영 여부까지 조사했다. 이 섬유아세포를 각각 소프트한 젤과 딱딱한 플라스틱 접시에 올려놓고 실험실에서 성장시켰다. 당연히 젤 이에서 성장한 세포는 흉터 조직 형성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했지만, 플라스틱 접시 위의 세포는 흉터가 생겼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접시 위에서 성장시켰지만, 세포의 기계적 스트레스를 차단하기 위해 FDA에서 승인한 베르테포르핀(안과 치료용 약물)을 첨가한 경우는 흉터가 생기지 않았다.

흉터 조직이 없어 모낭과 땀샘이 있는 상처 회복 부위(가운데 및 아랫줄)와 흉터가 생긴 부위(윗줄) <사진=사이언스 2021>

최종 실험에서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 외과적 상처를 입히고 기계적인 긴장을 가하는 동안 베르테포르핀을 투여했다. 그 결과 상처는 흉터 조직 없이 치유됐으며, 정상 피부와 같이 모낭과 땀샘 등이 존재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단순히 흉터 없이 얼굴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흉터 및 기타 섬유증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는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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