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호주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1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여러 유형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그 강도는 실직자나 흡연자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셋방살이와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과거 이뤄진 영국인들의 가구조사 정보를 취합했다. 아울러 성인 남녀 1500명의 혈액 샘플을 입수해 노화 바이오마커를 들여다봤다. 각 사람들의 교육 및 생활 수준, 식습관, 스트레스, 체질량지수(BMI)도 알아봤다.

셋방살이를 하면 여러 스트레스를 받아 보다 빨리 늙고 병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그 결과, 1500명 중 임대주택에 사는 경우 집을 가진 사람보다 매년 대략 2.5주 더 노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같은 셋방살이라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임대주택 거주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생물학적 노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조사 관계자는 "주택 임차인은 열등감과 월세 압박, 열악한 주거 환경, 잦은 이사, 임대인 또는 다른 가구 임차인과 갈등 등 많은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셋방살이가 주는 스트레스는 실직의 100% 이상, 흡연의 50% 이상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해 만성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요인이 임차인에 주는 악영향은 반드시 영구적인 것은 아니며, 주택정책 개선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빈곤은 미국인 사망 위험인자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각국 정부의 주택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편화된 무과실 퇴거 원칙을 폐지하고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한편, 임차인이 만족할 수준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면 임차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조사 관계자는 "주거는 사람의 스트레스에 지대한 영향을 주며, 주거 과밀 혹은 부실한 냉난방 같은 물리적 조건이 상당한 심적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 여러 실험에서 밝혀졌다"며 "주택정책을 짤 때 임차인의 스트레스까지 들여다보는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빈곤은 심장병과 암, 흡연에 이어 미국인 사망 위험인자 4위에 올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0년 이상 이어진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세계에서 대략 30만 명이 사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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