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유입으로 멸종 위기에 몰린 키위를 살리려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수도 웰링턴의 울창한 숲에서 이미 100년 전 자취를 감춘 국조 키위를 방사하는 작업이 최근 진행됐다.
뉴질랜드 정부 보조 및 개인 기부로 운영되는 자선단체 캐피털 키위 프로젝트(The Capital Kiwi Project)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웰링턴의 울창한 숲에 키위들을 방사하는 2차 행사가 많은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캐피털 키위 프로젝트는 1200년대부터 폴리네시아인과 유럽인이 차례로 뉴질랜드에 상륙하며 들여온 외래종 구제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외래종이 야기한 고유종 생태계 파괴의 복구에도 힘써왔다. 키위는 외래종의 영향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동물로 꼽힌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아주 오래전 뉴질랜드에 들어온 외부인들의 배에는 쥐가 득실댔다"며 "뭍으로 올라온 쥐들은 고유종 새의 알부터 새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들의 먹이가 되는 씨앗과 나무 열매까지 무작위로 포식하면서 고유종들의 먹이가 급감했다"며 "유럽인들이 들여온 토끼가 농지를 잠식했고, 이를 구제하려 들여온 족제비는 굴뚝새와 개똥지빠귀, 올빼미, 메추리를 사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200년대 이후 들어온 외래종으로 뉴질랜드 고유종들은 일부가 멸종할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날지 못하는 키위와 대형 앵무새과 조류 카카포의 생태는 그야말로 유린당했다. 천만다행으로 뉴질랜드 전역에서 무려 90개 넘는 민간단체가 조직돼 키위 생태계 복원에 나서면서 최근 개체가 겨우 증가세로 돌아섰다.
캐피털 키위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은 뉴질랜드의 풍요를 상징하는 키위를 다시 번성시키는 것이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키위는 아주 강인하고 친근하지만 뉴질랜드인 대다수는 키위를 본 적이 없다"며 "웰링턴 지역에 키위가 다시 살게 되면 실추된 국조로서 지위도 되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1차 키위 방사를 실시했다. 키위들이 야생에 적응하도록 나무로 된 집을 만들어 숲에 설치하고 만약에 대비해 초소형 추적기와 인식표도 부착했다.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웰링턴에 거주하는 반려견 가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 산책 시 개가 키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당부했다. 웰링턴 주변의 광범위한 삼림에 덫 4500개를 설치, 키위의 천적 족제비 1000마리를 포획했다.
이 프로젝트 관계자는 "향후 5년간 키위 250마리를 자연에 방사할 예정"이라며 "키위 특유의 카랑카랑한 울음소리가 웰링턴 교외에 힘차게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