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이 클수록 지능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빛의 양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동공이 지능이나 기억력, 통제력의 수준을 나타낸다는 흥미로운 주장은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이 제기했다.

연구팀은 5년 전에도 동공과 지능의 연관성을 관찰한 바 있다. 당시 동공이 크면 기억력이나 주의력이 뛰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이들은 보다 진보된 실험을 통해 똑같은 결론에 다다랐다.

동공은 홍채 중심에 자리 잡은 동그란 빈 공간이다. 대개 지름 2~6㎜로 각막을 통과한 빛이 여기를 통한다. 안구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동공 크기는 반사적으로 변하는데 이를 동공반사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스라엘 출신 경제·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87)의 이론에서 힌트를 얻었다. 카너먼은 저서에서 사람 동공의 크기변화를 관찰하면 그가 얼마나 훌륭한 기억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눈동자 가운데 자리하는 동공 <사진=pixabay>

실험을 위해 연구팀은 18~35세 남녀 500명을 동원했다. 먼저 각각 동공 크기를 측정했다. 피실험자들을 어두운 방 안에 앉혀놓고 4분간 아무것도 없는 화면을 응시하게 한 뒤 동공 평균크기를 쟀다.

이후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지기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유동성지능과 작업기억력, 집중력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하게 살펴봤다.

유동성지능은 한 번도 겪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때 발휘되는 종합적 능력이다. 작업기억은 정보를 짧은 시간 기억하며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할 때 발휘된다. 연구팀은 한쪽 모서리에 점이 깜박이는 모니터에 무작위로 단어를 띄우고 이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측정했다. 문자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피실험자가 점에 한눈을 팔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실험 결과 동공이 큰 사람들일수록 유동성지능은 물론 작업기억력, 집중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동공의 크기는 나이가 들면 작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며 “나이가 들더라도 동공 크기가 남들보다 큰 사람들은 또래보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청반핵 위치 <사진=Neuroscientifically Challenged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2-Minute Neuroscience: Norepinephrine' 캡처>

연구팀은 동공 크기가 지능과 연결되는 이유로 청반핵(locus coeruleus)을 꼽았다. 청반핵은 중뇌에 자리한 소체로 안면신경구 전외측부에 2~3㎜ 크기로 분포하는 청색 반점이다. 뇌 상부의 다른 영역과 신경으로 연결되며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이 물질은 주로 인지나 주의, 학습, 기억에 관한 뇌 기능을 제어한다.

특히 노르에피네프린은 뇌의 조직적 기능을 유지하고 서로 떨어진 뇌 영역을 연결시켜 준다. 따라서 청반핵에 문제가 발생하면 뇌가 조직적인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각 영역의 조직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빛이 적당한 안정기 동공이 큰 사람들은 청반핵 기능이 강하게 작용하고, 인지기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동공 크기와 지능 사이의 관계를 5년 전보다 자세하게 들여다본 것”이라면서도 “완전한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