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오래된 정착촌 트리필리아(Trypillia) 사람들은 고기 대신 완두로 단백질을 보충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킬대학교 역사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6000년 전 현재의 우크라이나 및 몰도바 주변에 존재한 고대 정착촌 트리필리아 주민들의 식생활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트리필리아는 약 1만5000명이 거주한 것으로 생각되는 선사시대 촌락이다.

연구팀은 세계 최대 고대 취락의 식생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콩류가 대단한 역할을 한 사실을 알아냈다. 트리필리아는 기원전 4100년 무렵 흑해 북서쪽 삼림과 초원에 나타난 마을로 넓이는 약 320만㎡로 생각된다.

세계 최대의 고대인 정착촌은 고기 대신 완두로 단백질을 보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학계는 고대에 생성된 대규모 인간 커뮤니티의 식생활이 어땠는지 이해하기 위해 트리필리아를 조사해 왔다. 연구팀은 취락 내부의 서로 다른 유적 약 40개에서 얻은 사람 및 동물의 뼈, 탄화한 작물과 토양에 포함된 원소 등 480개 넘는 샘플의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트리필리아 사람들의 식사는 고기의 비율이 약 10%로 낮았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사에 참여한 킬대학교 역사학자 로버트 호프만 교수는 “당시 사람들의 식사는 곡물, 특히 콩류가 46%를 차지했다”며 “작물 기반의 식사는 칼로리와 필수 아미노산의 균형이 놀랍도록 잘 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고대인이 구성한 세계 최대의 취락 트리필리아의 상상도 <사진=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Susanne Beyer>

이어 “트리필리아 거주자들이 고기를 먹는 것은 잔치 등 사회적 결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사뿐이었을 것”이라며 “평소에는 완두를 즐겨 먹으면서 이를 통해 중요한 영양분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 완두 샘플에서 높은 수준의 질소가 검출된 것은 이들 작물이 질 좋은 비료, 특히 동물 배설물로 재배됐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당시 사람들은 많은 인원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곡물을 확보했으며, 동물의 뼈 동위원소 측정치로 볼 때 가축은 인간의 취락 근처 울타리로 둘러싸인 목초지에서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크라이나 인근에 번성했던 고대 대규모 거주지 트리필리아 <사진=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호프만 교수는 “당시 사람들은 소와 양들에게서 얻은 배설물을 완두 등 작물 비료로 썼을 것”이라며 “완두를 주된 영양원으로 했다면 보통 대량의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고기를 반드시 생산할 필요가 없으므로 가축은 비료를 얻기 위해 키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트리필리아가 제법 견고한 식량 공급원을 구축했음에도 약 5000년 전 폐허가 된 이유에도 집중했다. 호프만 교수는 “이런 대규모 촌락의 쇠퇴는 경제 및 환경적 붕괴 탓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회·정치적 갈등이 원인으로 여겨진다”며 “어떤 이유로 사회적 긴장이 일어났고 당사자들이 터전을 버리고 작은 정착지로 옮겨가면서 결국 트리필리아는 쇠퇴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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