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를 지어 사는 양들은 리더를 정기적으로 바꿔가면서 집단지성을 획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코트다쥐르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소개된 논문에서 양떼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처럼 기능하는 비결은 적절한 우두머리 교체에 따른 집단지성 유지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양의 무리, 즉 자기 조직화 과정은 각 개체가 끊임없이 자신의 방향이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집단 운동을 형성한다는 기존 이론에 의문을 품었다. 양들의 계층구조에 리더의 역할이 숨어있다고 가정한 연구팀은 물리학 이론을 접목한 분석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양떼가 구성될 때 각 개체들이 리더와 팔로워 역할을 교대하면서 집단지성을 획득한다고 결론 내렸다.

양떼는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리더에 의해 집단지성을 구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동물 무리는 연속적인 과정이 아니라 구분이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예컨대 한 번 형성된 무리는 휴식 또는 먹이활동을 위해 해산돼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집단행동 이론은 무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무리로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무리를 이루는 개체는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끊임없이 서로 협상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이론으로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양들의 집단행동에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적 요소를 도입했다. 양 몇 마리로 구성되는 소집단을 특정한 뒤 각 개체가 보이는 움직임을 간격을 바꿔가며 관찰했다. 집단 전체의 공간적 질서와 방향을 계산하면서 각 양의 이동 속도와 상관관계도 조사했다.

그 결과 양의 소집단에는 고도로 계층화된 상호작용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구축한 집단운동 모델에 따르면 양떼에는 전체를 이끄는 일시적 리더가 존재했다.

양은 대규모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무리의 리더는 계층적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통해 양떼 전체를 완전히 통제한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리더는 자신을 따르던 팔로워들 중 하나로 교체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리더가 먹이활동이나 무리의 이동 경로 등 유용한 정보를 파악하면 이는 무리 전체에 확산된다”며 “리더가 정기적으로 교체되면서 양떼는 이런 정보를 계속 축적하게 되고, 그 결과 집단지성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큰 규모의 양떼가 아닌 소집단을 분석한 것으로 한계는 있다. 연구팀 역시 이번 발견이 어느 정도 일반적인 것인지 알려면 더 큰 무리나 다른 동물을 이용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연구팀은 주기적으로 리더가 교체되는 동물 모델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집단 전략이 계층적·민주적 조직 체계를 모두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면 언젠가 동물 집단행동에 접목된 물리학이나 생물학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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