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페로몬을 뿜어 해충을 혼란시키는 유전자 변형 식물이 탄생했다. 학계는 농가가 해충 구제에 대량으로 사용하는 농약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스페인 발렌시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곤충의 페로몬을 이용해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유전자 변형 식물을 만들어냈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양한 해충을 친환경적으로 구제할 방법을 찾던 연구팀은 암컷 나방의 페로몬 탓에 수컷이 혼란에 빠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및 이식을 통해 식물에 이 기능을 직접 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에 나섰다. 

담배속 식물 내부에 나방의 암컷 페로몬 생성 유전자를 이식한 연구팀 <사진=발렌시아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Nicotiana benthamiana)라는 담배속 식물에 나방 암컷의 페로몬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이식했다.

실험 관계자는 “나방 암컷의 페로몬은 수컷을 끌어당겨 짝짓기를 유도하는데, 이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작물에 이식한 것”이라며 “식물이 곤충의 성 페로몬을 뿜어내자 공기 중 농도가 지나치게 짙어졌고 수컷은 암컷을 분별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나방은 짝짓기에 실패했다. 독한 농약을 치지 않아도 개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해충 구제를 위해 농가에서 사용하는 농약들은 토양을 광범위하게 오염시키고 있어 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나방은 일부 종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해충으로 분류된다. 특히 나방 유충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암컷 나방의 페로몬을 식물을 통해 직접 방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점에 의미를 뒀다. 실험 관계자는 “성 페로몬을 이용한 해충 구제 연구는 지금까지 몇 차례 시도됐다”며 “종래에는 합성한 페로몬을 분무기 등으로 살포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식물 내부에서 페로몬을 합성할 뿐 아니라 외부로 직접 방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식물과 나방 페로몬을 활용한 이번 연구가 향후 농약을 줄이면서 작물을 지키는 방법을 고안할 열쇠라는 입장이다. 향후에는 암컷 파리를 좀비화, 수컷을 통해 포자를 전파하는 곰팡이 해충 구제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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