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나 스마트 기기의 상품 설명 및 광고에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소비자 구매 의욕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첨단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앞다퉈 AI 기능을 강조하는 추세여서 이번 연구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카슨경영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AI 기능을 강조한 제품들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되레 떨어뜨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를 주도한 메수트 치첵 연구원은 "생성형 AI가 날로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로봇,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AI 기능을 홍보한다"며 "제품이나 서비스 설명 및 광고 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포함하면 소비자의 구매욕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제품 광고나 설명서에 들어가는 AI가 소비 욕구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1000명 넘는 피실험자를 모집하고 이들을 반으로 나눈 뒤 동일한 스마트 TV에 대해 설명했다. 한쪽 그룹에 설명할 때는 AI를 포함했고, 다른 그룹은 AI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소비자 행동을 관찰했더니 상품 설명에 AI가 포함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TV를 구매할 확률이 낮았다.

메수트 연구원은 "스마트 TV 외의 제품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했더니 값비싼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금융 서비스 광고 시 AI를 포함한 제품은 구매 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총 8개의 제품과 서비스를 테스트한 결과 이런 경향이 모두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금전적 손실이나 신체 및 안전에 대한 위험성을 포함한 제품 설명에 AI가 등장하면 소비자의 경계심이 커지고 구매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추측했다. AI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하는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최근 이어지는 AI 관련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요즘 첨단 가전제품들은 대부분 인공지능 기능을 강조한다. <사진=pixabay>

메수트 연구원은 "우리 실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AI를 탑재한 제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대략 밝혀졌다"며 "기업은 상품 설명 시 소비자에 대해 AI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필할지 신중히 검토하고 구매욕구를 높이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의 불법 짜깁기나 법원 소송 등 AI와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생성형 AI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 역시 정점을 지난 점에서 마케터들은 AI를 활용할 때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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