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서 울려퍼지는 고래의 노랫소리로 해저 지형을 연구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미국 오레곤주립대학교 지구물리학자 존 나벨렉 교수 등 연구팀은 오레곤 해안에 설치된 54개의 지진계에 참고래의 노랫소리가 감지된 것을 발견했다. 근처의 고래가 10시간 이상 노래를 부르며 발생시킨 6개의 강한 신호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해당 해저가 퇴적층, 현무암, 반려암 등 세 층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이제까지 해저 지질구조 연구에서는 에어건(air gun)이 발사한 음파가 해저에 부딪혀 반사되는 수치를 분석했다. 음파가 해저층을 통과하며 그 두께나 종류에 따라 속도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하지만 음파 발사가 해양생물에게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팀은 고래 노랫소리에서 판독된 수치가 기존 음파를 이용한 측정값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벨렉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래 소리가 새로운 측정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이는 전통적인 지질 연구 방법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래의 노래는 바다에서 울려 퍼지는 가장 강력한 소리 중 하나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수만 마리 고래의 노래를 이용하면 기존 에어건을 사용하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지질구조 파악 및 지진 연구가 가능해진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다만 긴수염고래 등 일부 고래는 기존 에어건 방식 만큼 또렷한 신호를 발생시키지 못한다. 때문에 기존 기술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나벨렉 교수는 "과거에 사람들은 노랫소리를 따라 고래를 추적하고 사냥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고래의 노래가 그들뿐 아니라 지구를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제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