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한 돼지 신장을 인간에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사고와 질병으로 장기 이식이 절실한 이들에게 이종이식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2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유전자 편집된 돼지 신장을 62세 남성에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돼지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수술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유전자 편집된 신장은 처음이다.

병원에 따르면, 이번 수술은 이달 16일 4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MGH 관계자는 "우리 시도는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보다 쉽게 이용 가능한 이종 장기를 제공하는 연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60대 남성에 유전자 편집한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의료진 <사진=MGH 공식 홈페이지>

이어 "수술로 이식된 것은 69개 게놈을 편집한 돼지의 신장"이라며 "인간에 이식된 뒤 뜻하지 않은 감염 위험을 없애기 위해 돼지의 내재성 레트로바이러스의 불활성화도 철저히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내재성 레트로바이러는 장기 이식에 있어 흔한 면역계의 거부반응만큼이나 골치 아픈 요소다.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남성이 얼마 안 가 사망한 원인 역시 돼지의 내재성 레트로바이러스였다.

학계에서는 유전자 편집을 거친 돼지의 여러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돼지는 인간과 덩치가 비슷하고 장기의 이종이식 시 거부반응이 다른 동물보다 적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이종이식 실험에 가장 많이 동원되는 것은 돼지다. <사진=pixabay>

장기 이식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큰 일본은 특히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 실험이 활발하다. 도쿄부립의과대학교와 가고시마현립의과대학교는 올해 안에 돼지 장기를 원숭이에 이식하는 이종이식을 시도한다. 후쿠오카대학교 재생이식의학 연구팀도 올여름 돼지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한다.

인간에 대한 동물 장기 이식 연구가 계속되는 것은 뇌사자 등 기증자의 장기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많은 사람이 장기 기증 서약을 하고 있지만, 장기가 망가져 하루하루 힘든 환자들의 수요는 계속 커지는 실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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