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인공지능(AI)은 작문이나 회화 등 문학과 예술에도 적극 응용된다. AI가 그린 누드화가 세계적 예술상을 수상할 정도로 발달했는데, 유럽에서는 AI 로봇 조각가가 정식 데뷔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에 등장한 로봇 조각가는 스트타업 로보토(Robotor)가 개발한 '1(One)'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조각 로봇을 개발해온 이 업체는 최근 AI를 결합, 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모델 '1'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카라라 지역에서 탄생, 의미를 더한다. 카라라는 양질의 대리석으로 유명한데, 위대한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다비드상도 이곳 돌을 사용했다. 아연합금 몸체에 AI를 조합한 '1'은 총 7개 관절을 가졌고 크기에 따라 M(미디엄), L(라지), XL(엑스트라라지)로 구분된다.

'1L'은 사람이 조각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작업 시 발생하는 골치 아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높이 약 4m에 이르는 이 로봇은 합성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드릴을 장착, 대리석을 빠른 속도로 깎아낼 수 있다.

AI 조각 로봇 '1L'이 깎아낸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상. 여기서 더 세부적인 작업이 더해지면 매끈한 조각이 완성된다. <사진=로보토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로보토 사가 카라라 산 대리석을 이용, '1L' 모델로 조각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사람이 수백 시간 들여야 할 작품이 불과 4일 만에 완성됐다. AI가 다각적 분석을 통해 그려낸 조각 완성품대로 드릴을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 복잡한 구조라도 열흘 안팎이면 대체로 작업이 끝났다.

'1'의 속도를 확인한 로보토 사는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도나텔로, 카노바 등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AI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실제 조각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는 훌륭한 예술작품을 빠르게 재창조했다.

이 로봇은 AI 특유의 정확함으로 승부하지만 약간의 수작업이 더해진다. 1%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99%를 기계가 알아서 조각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결과물은 사람이 깎은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카라라 지역에서 난 10t 짜리 대리석을 '1L' 로봇이 깎아내는 과정. 이 정도 복잡한 작품은 약 270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진=로보토 공식 인스타그램>

AI가 조각까지 진출한 것으로 둘러싸고는 말들이 많다. 예술 전반을 로봇에 내주면 인간이 손으로 익힌 소중한 기술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3D로 변환, 조금의 오차도 없이 로봇으로 깎아내는 작업은 아주 실용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로보토 관계자는 "이 기술은 시간은 물론 재료의 낭비를 줄여주므로 예술가가 보다 많은 에너지를 창작에 쏟게 해준다"며 "AI와 결합한 로봇 기술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작업을 개선하고 보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부 작가들은 "사람의 손에 의한 조각은 아무리 정밀한 로봇 드릴이라도 재현할 수 없는 뭔가를 갖고 있다"며 "로봇에 의한 대량생산은 일부 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예술 등 모든 분야에 적합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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