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본기 대멸종의 원인은 나무의 급격한 성장과 뿌리의 진화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5회에 걸친 지구 대멸종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데본기 대멸종은 사멸한 개체 수로는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전 지구적 재앙이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연구팀은 9일 국제 학술지 ‘GSA Bulletin’에 소개된 논문에서 데본기 후기 대멸종의 원인이 나무뿌리의 진화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데본기에 접어들며 나무뿌리가 급격하게 진화, 바다가 과도한 영양분으로 넘쳐났고 이 영향으로 조류가 대량 번식,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해양 생태계가 붕괴됐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4억1600만~3억5920만년 전 데본기는 여러 어류가 진화해 ‘물고기의 시대’로 불린다”며 “지상에서는 ‘아르케옵테리스(Archaeopteris)’ 등 잎이 무성한 양치식물(관다발 조직이 특징이며 꽃과 종자 없이 포자로 번식)이 출현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삼림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데본기 형성된 지구상의 첫 대규모 삼림을 재현한 화면. 아래쪽 식물이 아르케옵테리스다. <사진=igpcolorad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Devonian forest’ 캡처>

이어 "“나무뿌리를 통해 토양의 양분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는 부영양화가 활발해지면서 해양 식물플랑크톤(조류)이 폭증했다”며 “바다에 녹아 있던 산소가 이 때문에 급격히 소진돼 생물이 생존하지 못하는 ‘데드존’이 생겨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영양화는 현재도 벌어지는 자연 현상이다. 멕시코만 일대가 대표적이다. 여러 이유로 해양의 영양 상태가 과해지면 조류가 이상 증식해 해양생태계가 망가지고 어업도 크게 위축된다.

데본기 대멸종의 원인을 나무뿌리의 진화에 따른 부영양화로 본 것은 전례가 없다. 식물 뿌리는 성장하기 위해 흙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시들 때 이를 물속으로 방출한다. 이는 물론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데본기 말기 나무가 너무 늘어난 탓에 당시 부영양화는 파괴적이었을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세계 각지에 남겨진 고대 퇴적물 속 인이다. 인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 포함되는 원소”라며 “그린란드와 스코틀랜드 북동쪽 앞바다 바닥 퇴적물을 분석해 인 농도에 일정 주기가 있음을 발견했고, 식물 뿌리의 성장으로 생기는 풍화의 흔적에서 습윤과 건조 주기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데본기 초기 출현한 바다 생물 암모나이트의 화석 <사진=pixabay>

이어 “인 농도가 높은 시기가 건조 사이클과 겹친다는 점은 이 시기에 뿌리가 말라 영양분이 바다로 방출됐다는 증거”라며 “역사상 가장 오래된 나무인 아르케옵테리스가 등장한 것과 동시에 인의 순환이 생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약 3억7220만년 전 데본기 바다에서 일어난 대멸종은 전체 해양생물종 중 약 80%를 쓸어버렸다. 지구의 해양생태계가 회복되는 데는 무려 3600만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데본기 대멸종의 원인으로 태양계 인근 초신성 폭발설 등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 결과도 어디까지나 가설로, 데본기 대멸종의 원인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연구팀은 현재 바다에도 데본기와 같은 위협이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식물 뿌리가 말라도 데본기와 같은 괴멸적 파괴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비료나 분뇨 같은 유기 폐기물의 오염으로 바다의 산소가 얼마든 고갈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고대 지구에서 일어난 끔찍한 대멸종에 대한 새로운 통찰은 오늘날 인간의 과욕에 의해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