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1초,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희귀한 번개가 카메라에 잡혔다.

미국 광-적외선 천문연구실(NOIRLab, National Optical-Infrared Astronomy Research Laboratory)은 지난 25일 한 장의 사진을 '금주의 이미지'로 선정해 공개했다. 이 사진은 지난 2017년 7월 하와이 마우나케아천문대의 북쪽 제미니 천체망원경이 찍은 환상적인 번개를 담았다.

폭풍우가 치는 하와이 상공에서 븕은색과 푸른색의 번개가 만나 하얀빛의 폭발을 일으키는 이 현상은 '레드 스프라이트(red sprites, sprites)'와 '블루 제트(blue jets)'라는 번개다.

레드 스트라이프와 블루 제트 <사진=마우나케아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레드 스프라이트는 폭풍우 속에서 불과 1000분의 1초, 최대 1000분의 20초만 지속돼 눈으로 목격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사진을 찍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일반적으로 뇌우 구름으로 가려지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아예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블루 제트는 더 심하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속 시간이 10만분의 1초 밖에 되지 않는다. 제미니 천체망원경의 시스템이 30초에 한 번 하늘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포착한 건 어마어마한 행운이다.

이런 까닭에 이들 번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어쩌다 발견될 때마다 큰 관심을 받는다. 레드 스프라이트가 처음 카메라에 잡힌 것은 불과 30여년 전으로, 1989년 7월 미네소타대학교 과학자들이 대발견을 해냈다.

도깨비나 요정을 가리키는 스프라이트를 이름 붙인 점도 흥미롭다. 페어뱅크스대학교 데이비스 센트먼 교수는 번개가 재빠르고 장난스러운 요정같다며 이 이름을 제안했다.

해파리 스프라이트 <사진=스테픈 험멜 인스타그램>

이들은 특유의 색깔 외에도 보기 드문 형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레드 스프라이트는 이번에 촬영된 것과 같은 기둥 모양을 '당근 스프라이트(carrot sprites)'라고 부르며, 해파리 같은 모양을 나타내는 것도 있다. 이 '해파리 스프라이트(jellyfish sprites)' 중 멋진 사진 중 하나는 지난해 7월 텍사스 록 산(Mount Locke)의 맥도널드천문대의 전문가 스테픈 험멜이 찍었다.

레드 스트라이프와 블루 제트는 모양과 색깔만큼이나 성질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번개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치는 반면 이들은 아랫쪽에서 위쪽으로 뻗어 오른다. 이런 번개를 '상향 번개' 혹은 '로켓 번개'라고 부르는데, 성층권에서는 블루 제트(고도 40~50㎞)가, 그보다 높은 중간권에서는 레드 스프라이트(고도 60~80㎞)가 발생한다. 가장 꼭대기인 전리층에서 발생하는 엘브스(Elves)라는 번개도 있다.

블루 제트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런 이유로 레드 스프라이트와 블루 제트는 지구가 아닌 우주, 특히 지구에서 40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다. 유럽​​우주국 우주비행사 안드레 모르겐센은 2015년 처음으로 블루 제트를 비디오카메라로 포착했다. 인도 벵골만의 폭풍을 촬영하다 우연히 블루 제트를 컬러로 촬영했고, 과학자들은 2017년 연구에 영상을 사용하기도 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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