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의 '할(HAL) 9000'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대화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신기술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NASA 객원 연구원 라리사 스즈키 박사는 1일 SNS를 통해 현재 개발 중인 대화형 AI 시스템의 개요를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달 막을 내린 2023 미국 전지전자학회(IEEE)에서 처음 공개됐다.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을 기반으로 하는 이 기술이 실현되면 우주비행사들은 심우주 탐사에 나선 우주선이나 탐사 로버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NASA가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를 만드는 이유는 우주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NASA는 지상 통제실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 우주선 및 로버 등 기계를 연결하는 통신망을 전부터 구상해 왔다.

NASA는 비록 'HAL 9000'을 본뜬 AI를 개발 중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기계의 잔혹함, 특히 인간을 뛰어넘으려는 욕망까지 재현할 뜻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틸>

스즈키 박사는 "최근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챗(Chat)GPT 같은 생성형 AI의 발달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독자적인 챗GPT형 대화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이 시스템이 실현되면 우주인들은 모르는 내용을 기계에 질문하고, 기계는 우주인들에게 우주에서 벌어진 상황을 전달할 것"이라며 "아직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에서 활약하는 탐사 로버를 통해 인간은 먼 우주를 쉽게 들여다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NASA의 대화형 AI 시스템은 우주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주비행사들은 까다로운 매뉴얼 대신 AI에 질문해 곧장 답을 얻을 수 있다. 대화가 가능한 로버들은 우주개발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해 탐사에 응용한다.

연합 학습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시스템은 NASA의 가상현실 기술과 결합해 우주개발 역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스탠리 큐브릭이 1968년 선을 보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후대의 많은 학자들에게 깊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작가 아서 클라크는 영화의 원작인 동명 SF 소설에서 'HAL 9000'을 인간과 대화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으로 묘사했다.

NASA는 이 대화형 AI 시스템을 현재 추진하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에 우선 탑재할 전망이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NASA가 진행 중인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의 일환으로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민간 업체 스페이스X 등이 참여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