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도구를 이용해 먹이의 껍질을 깬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고기는 대체로 지능이 낮다는 편견을 깬 놀라운 발견의 주인공은 농어목 놀래기다.
호주 매쿼리대학교 수생생물학 연구팀은 5일 국제 학술지 Coral Reefs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일부 놀래기가 조개를 까먹기 위해 바위 등 주변 사물을 적극 이용한다고 전했다.
동물의 지능은 도구의 사용 여부가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팬지와 까마귀, 코끼리, 돌고래, 문어 등 도구를 쓸 줄 아는 동물들은 모두 똑똑한 생물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된다.
연구팀은 브라질 연안에서 조개를 물고 바위에 부딪혀 내용물을 꺼내 먹는 물고기 영상에 주목했다. 잠수부가 우연히 촬영한 동영상 속 물고기는 인도양과 대서양, 태평양 등에 분포하는 놀래기였다.

매쿼리대 줄리엣 타리엘 애덤 연구원은 "영상에는 놀래기가 조개를 물고 바위에 몇 번이고 내리쳐 껍질을 깨는 상황이 생생하게 담겼다"며 "이 행동은 동물이 자연 속 물체를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도구 사용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카리브해나 대서양에 서식하는 놀래기 총 5종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며 "놀래기과 물고기가 먹이활동을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 놀래기들이 조개를 물고 바위에 내리치는 각도나 힘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 심지어 놀래기들은 산호 조각이나 버려진 조개껍데기를 물고 불가사리나 성게, 소라게의 딱딱한 껍질을 깨고 속살을 파먹었다.

붉은등놀래기와 비단놀래기 등 일부 놀래기가 도구를 활용한다는 주장은 전에도 있었다. 선행 연구 자료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600여 종으로 구성되는 놀래기과에서 도구를 쓰는 것은 26종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줄리엣 연구원은 "이번에 확인된 종들은 이미 2000만 년 전 분기한 것으로 추측되는 놀래기 계통들"이라며 "이들 종이 차지하는 진화 계통수를 감안하면 도구를 쓰는 습성은 조상 대에서 이미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도구는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은 1960년 야생 침팬지가 잔가지로 개미를 낚는 상황을 학자들이 목격하면서 깨졌다"며 "사실 도구는 고도의 지능 없이도 활용 가능할 것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최근의 발견으로 인해 인간 중심의 지능 정의가 흔들린다는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