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단식할 때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7일간 세밀하게 들여다본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없으면 죽음에 이르지만, 주기적이고 적당한 단식은 건강 유지에 좋다고 여겨진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의과대학교 연구팀은 4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사람이 1주일 동안 식사를 거르면 몸에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함께 벌어진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나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이유로 단식하는 가운데, 인체에 실제 나타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봤다. 건강한 피실험자 12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물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1주일을 보내게 했는데, 각 피실험자의 체내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조사 관계자는 "피실험자들의 혈액에 포함된 대략 3000 종류의 단백질을 정밀 측정했다"며 "인체는 단식 시작 며칠 만에 에너지원을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는 평소 포도당(글루코스)을 에너지 삼아 활동하는데, 단식 며칠이 지나자 몸에 고인 지방이 연소됐다"며 "실험 참가자들의 체중은 1주일간 평균 5.7㎏ 줄었고 단식 종료 후에도 요요현상은 쉽게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것은 1주일 단식한 피실험자들의 혈중 단백질 변화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식 시작 후 1~2일은 혈중 단백질 상태가 거의 그대로였으나 3일째부터 건강과 관련된 여러 단백질에서 뚜렷한 이상이 확인됐다.
단식으로 크게 감소한 단백질 SWAP70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연구팀은 단식을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이 눈에 띄게 완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 관계자는 "금식하면 체중이 줄어 관절염이 나아진다고 흔히 알려졌는데, 감량 외에 단백질 변화도 통증에 영향을 줬다"며 "관상동맥질환과 관련된 HYOU1 단백질도 감소하므로 적절한 단식은 심장에 이롭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식하면 혈액 응고에 관련된 제 XI인자가 늘면서 혈전증 위험도 올라가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람이 에너지 공급을 끊을 때 온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본 이번 연구는 계획 없이 단식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