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금은 예로부터 보물의 상징이며 가장 신뢰할 만한 안전자산으로 통해왔다. 오죽했으면 오래전 중동이나 유럽에서는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크게 유행했다.
호주 모내시대학교 지질학 연구팀은 지진이 석영 속에 전기장을 형성, 금을 생성한다는 내용의 실험 보고서를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를 통해 공개했다.
금은 석영 광맥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산화규소(SiO2)가 결정이 된 광물인 석영의 광맥 속에서 금괴가 나오는 점에 주목한 연구팀은 그간 제기된 가설을 토대로 금 생성 메커니즘을 파헤쳤다.
모내시대 지질학자 크리스토퍼 보이지 박사는 "지각 내부를 흐르는 열수에 금이 녹고, 이것이 침전해 금괴가 생성된다고 것이 일반적 가설"이라며 "열수가 식거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면 금이 분리돼 석영 광맥에 갇히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천연 금괴 형성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지구 내부의 열수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열수에 녹아 있는 금의 농도가 아주 낮아 많은 금을 만들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부터 석영이 금으로 변모하는 데 전기가 연관됐다고 생각했다.
석영에는 압전이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즉,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으면 전기가 발생한다. 영어로 쿼츠(quartz)인 석영의 이런 성질을 이용한 발명품이 바로 일상적으로 접하는 쿼츠 시계다.
연구팀은 석영의 압전 효과가 지진에 의해 땅속에서 일어난다고 보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지진 발생 시 석영이 받는 영향을 실험에서 재현했다. 금을 머금은 액체에 석영 결정을 가라앉히고 모터로 흔든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석영 표면에 금이 침전됐고 금 나노입자까지 생성됐다.
보이지 박사는 "놀라운 사실은 금 나노입자가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생성된 금에 계속 축적됐다는 점"이라며 "석영은 절연체, 금은 도체다. 지진으로 석영이 압력을 받아 전압이 발생하면 그것이 주위의 열수에 녹아 있던 금을 환원하고 퇴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오랜 세월에 걸친 지질학의 수수께끼에 접근한 것은 물론, 우리가 사는 지구 속에서 벌어지는 물리적·화학적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