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 부근 지하에서 그간 학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수수께끼의 구조물이 발견됐다. 대피라미드는 바빌론 공중정원, 올림피아 제우스신상 등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유물이다.

일본 도호쿠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21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대피라미드 주변부에 대한 약 3년간의 조사 성과를 발표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 고왕국 제4왕조 2대 파라오 쿠푸가 건설했으며 그의 묘실이 자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팀은 기자의 여러 피라미드 중 가장 거대한 대피라미드의 서쪽 지역을 탐사해 왔다. 특히 지금까지 방치되다시피 한 수많은 마스타바(mastaba)를 대상으로 비파괴 검사를 실시했다. 마스타바는 고대 이집트 무덤의 한 형태다.

이집트 기자에 조성된 피라미드들. 가장 오른쪽이 쿠푸 왕의 무덤이자 기자 피라미드 중 가장 높은 대피라미드다. <사진=pixabay>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마스타바 아래에서 이상을 감지했다. 마스타바들이 밀집한 곳의 지하에 대략 2m 깊이의 L자형 구조물이 존재하며, 그 아래에도 또 다른 구조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미지의 공간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현재는 알 수 없다”며 “이집트 최대 피라미드인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동서로 인접한 땅에 파라오의 가족과 고위층을 매장한 마스타바가 많이 존재하지만 피라미드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스타바는 햇볕에 잘 말린 벽돌로 지상에 직사각형 건축물을 만들고, 그 밑에 묘실을 지어 서로 이어지도록 통로를 낸 무덤이다. 20세기 이후 대피라미드 주변에서 마스타바가 여럿 발굴됐지만 서쪽 마스타바 군의 경우 지상에 뚜렷한 특징이 없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 피라미드 주변부에 분포하는 왕족의 무덤 바스타바 군 <사진=하버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2021~2023년 해당 구획에 대해 지중 레이더(GPR)와 전기저항 단층 촬영(토모그래피) 등 첨단 비파괴 조사를 실시했다”며 “여기서 얻은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서쪽 마스타바 군의 지하에서 미지의 구조물이 파악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표면에 보다 가까운 구조물은 가로와 세로 약 10m로 제법 크고 깊이는 2m”라며 “특이하게 L자형을 하고 있는 이 구조물은 모래로 가득 찼고 만들어진 후 묻힌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구조물의 입구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기자 대피라미드 서쪽 지상에 조성된 수많은 마스타바들. 파란색 영역이 GPR 탐색 지역이며, 빨간 직사각형이 특정된 지하 구조물이다. <사진=구글맵스·도호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2m 깊이의 구조물 밑에 숨은 또 다른 구조물의 깊이는 최대 10m로 확인됐다. 규모는 똑같이 가로와 세로 약 10m이며, 내부는 비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조사 관계자는 “새로운 구조물들에서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일반적으로 지하의 L자형 구조물은 자연적인 지질구조에서는 탄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지었는지 밝히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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