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썰매견 발토는 다양한 조상으로부터 우성 유전자를 골라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발토(1919~1933)는 1925년 미국 알래스카 놈시에서 디프테리아가 발병하자 목숨을 걸고 혈청을 전달해 많은 이들을 구한 영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교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알래스카 디프테리아 사태 당시 마지막 구간에서 썰매를 끈 개이자 혈청 운반 임무의 리더 발토의 게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에도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발토는 시베리안 허스키이면서 현재의 동종 개체들과 달리 다양한 조상들의 우성 유전자들을 물려받아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등 악조건을 견뎌냈다.

미국의 전설적 영웅견 발토는 다양한 조상의 우성 유전자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연구팀은 발토의 박제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시베리안 허스키를 비롯한 현대의 개 및 늑대들의 게놈과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발토는 지금의 허스키들과 신체 조건이 다르며, 이는 다양한 조상의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관계자는 "발토는 원래 시베리아에서 수입된 썰매견 시베리안 허스키의 순종으로 알려졌다"며 "실제로는 발토와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공통된 조상은 극히 일부뿐이며, 발토는 유전적으로 훨씬 뛰어난 썰매견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발토는 현재 시베리안 허스키와 알래스카의 썰매견에게서 나타나지 않는 유전적 특징을 가졌다. 발토는 티베탄 마스티프를 포함, 아시아 및 북극권 개 일부와 공통된 조상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야생 늑대의 유전적 특징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명물 발토 기념상 <사진=센트럴파크 공식 홈페이지·Cal Vornberger>

조사 관계자는 "발토의 이런 유전적 다양성이 세찬 눈보라를 뚫고 혈청을 전달한 원동력이었을지 모른다"며 "발토는 현대의 여러 견종과 비교해 유전적으로 강인하고, 특히 혹한을 잘 견디도록 유전적 변이를 거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같은 유전자라도 생물의 종에 따라 담긴 염색체가 다를 수 있다"며 "발토는 체중과 관절의 충격 흡수나 강성, 피부의 두께, 조직의 형성 등에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있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발토가 전분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점도 알아냈다. 이런 사실이 혈청 운반에 도움을 줬는지는 미지수지만, 늑대나 그린란드의 썰매개들에 비해 발토가 전분을 훨씬 편하게 소화한 점은 분명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발토와 토고를 비롯한 썰매견들은 1925년 알래스카를 덮친 디프테리아로부터 사람들을 구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발토를 비롯한 용감한 썰매개들은 눈 폭풍이 휘몰아치는 알래스카 설원을 500㎞ 넘게 주파해 사람들에게 혈청을 전달했다. 사람들은 리더인 발토를 기려 뉴욕 센트럴파크에 기념상을 조성했다.

발토의 활약상은 1995년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만큼 미국인에게 아주 유명하다. 같은 임무를 맡았던 토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토고'도 2019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돼 사랑을 받았다.

1925년 디프테리아의 대유행 당시 미국에서만 1만5000명 이상이 사망할 정도였는데, 썰매견들이 없었다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 확실한 만큼, 이들을 기념하는 콘텐츠가 계속 제작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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