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람'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앞뒤 가리지 않는 중국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이 해외 콘텐츠라고 봐주지 않는 모양이다. 그간 자국 정서에 맞지 않는 영화나 드라마, 도서의 수입을 아예 막았던 중국이 해외 유명 감독의 영화에 거침없는 가위질을 해대면서 대륙의 영화 팬들까지 충격에 휩싸였다. ※스포일러가 포함됨

미디어 자유를 표방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펜 아메리카(PEN America)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중국 텐센트가 최근 수입·공개한 ‘파이트 클럽’이 영화는 물론 원작 소설의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1999년 개봉한 데이빗 핀처(60)의 ‘파이트 클럽’은 자본주의를 비웃고 적시하는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이 회사 빌딩을 폭파하는 계획을 결국 실행하면서 막을 내린다. 잭(에드워드 노튼)과 말라 싱어(헬레나 본햄 카터)가 이 기막힌 광경을 바라보는 마지막 신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잭(나레이터)과 말라가 손을 잡고 빌딩 폭발을 지켜보는 장면. '파이트 클럽'의 엔딩이다. <사진=영화 '파이트 클럽' 스틸>

텐센트 버전의 ‘파이트 클럽’은 빌딩 폭파 신이 아예 잘려나갔다. 타일러의 빌딩 폭파가 아주 폭력적이고 반체제적이라고 판단, 무자비한 가위질을 가했기 때문이다.

엔딩 대신 등장하는 엉뚱한 글은 허탈감을 넘어 슬픔마저 느끼게 만든다. 화면에는 “타일러의 계획을 파악한 경찰은 모든 범죄자를 체포했다. 폭탄도 제거해 건물 폭발도 막는 데 성공했다. 재판 후 타일러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치료를 받았고 2012년 퇴원했다”는 맥락 없는 자막이 올라갔다.

‘파이트 클럽’의 엔딩은 영화 개봉 당시 객석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성성과 자본주의, 체제나 무리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국내에서도 여전히 평점 9점대(10점 만점)의 수작으로 평가된다. 매사 거침없는 타일러가 빌딩을 폭파하는 순간은 영화의 엔딩이면서 하이라이트다.

남성성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품은 영화 '파이트 클럽' <사진=영화 '파이트 클럽' 스틸>

이런 마지막 장면을 싹둑 잘라낸 중국판 ‘파이트 클럽’을 두고 영화 팬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펜 아메리카는 영화적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중국이 과연 검열할 자격이 있는지 꼬집었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 영화 시장을 주무르는 중국이 이런 식의 검열을 단행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정당한 권리를 흔들 수 있다. 대륙의 영화 시장이 거대해짐에 따라 할리우드에서도 중국 눈치를 보고 알아서 수위를 조절하는 세상이라지만 이미 제작된 작품까지 훼손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아예 중국 개봉을 포기하는 작품도 있지만 워낙 시장이 커지다 보니 현지 공개를 위해 정부 입맛에 맞추는 작품이 많아졌다”며 “이런 중국의 시대역행적 요소들은 영화가 더 이상 영화다워지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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