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크리스토퍼 놀란(52)이 신작 '오펜하이머'를 계기로 25년간 철저하게 유지한 원칙이 깼다.

8월 선을 보이는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유명한 미국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그렸다. 놀란의 신작은 세계 영화팬의 기대를 많이 받는 편인데, '오펜하이머'는 감독이 철칙을 깼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킬리언 머피(47)가 주연한 '오펜하이머'는 2002년 공개된 '인섬니아' 이후 놀란 영화로는 처음으로 R 등급을 받았다. 즉 작품에 청소년이 보면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이 담겼다는 뜻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주인공 오펜하이머와 아내 캐서린의 러브스토리를 꽤나 뜨겁게 묘사했다. 다만 놀란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섹스 신마저 난해하게 그려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공식 인스타그램>

R 등급이 나온 뒤 집중된 팬들의 궁금증은 킬리언 머피가 최근 인터뷰에서 풀어줬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 나선 킬리언 머피는 "작품 안에 꽤 긴 시간 올 누드 신이 등장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당 장면은 오펜하이머와 아내 캐서린(에밀리 블런트)과 관련이 있으며, 상당히 뜨겁다"고 귀띔했다.

놀란 감독 역시 '오펜하이머'에 성애 장면이 있다고 이미 인정했다. 미국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놀란은 "'오펜하이머'는 지금까지 제 영화와 달리 주인공의 사랑을 꽤 강하게 그려냈다"고 밝혔다.

놀란 감독은 작품 속에서 성애 장면을 잘 다루지 않는다. '인섬니아'부터 '오펜하이머' 직전까지 내놓은 '배트맨' 트릴로지와 '프레스티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일부 작품이 남녀의 정을 가볍게 다루기는 했지만 '오펜하이머'처럼 누드신을 동원한 성애 묘사는 없었다.

미국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영화 '오펜하이머'의 수위에 대해 언급한 크리스토퍼 놀란 <사진=와이어드·영화 '오펜하이머' 공식 인스타그램>

한때 인터넷에 섹스를 모르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돌았던 놀란이 '오펜하이머'에서 수위 높은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놀란은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시사회에 참가한 일부 사람들이 완전히 충격을 받아 말도 못 하더라"고 웃었을 뿐이다.

'오펜하이머'는 200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카이 버드와 마틴 J.셔윈의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을 스크린에 풀어낸 영화다.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미국의 '맨해튼 계획'을 주도, 훗날 원폭의 아버지로 불린 남자의 영광과 비극, 고뇌와 사랑을 녹여낸 원작과 또 다른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상영시간 약 3시간으로 놀란 감독의 역대 작품 중 가장 긴 '오펜하이머'는 이달 21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다. 한국에서는 오는 8월 15일에 선을 보인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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