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는 개들의 습성은 인류에 길들여지기 전 늑대 때부터 갖춰져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동물행동학자 크리스티나 한센 위트 교수는 20일 국제 학술지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소개된 논문에서 늑대도 개처럼 인간에 대한 애착행동을 보인다고 밝혔다.
애착행동은 진화학 또는 심리학 용어로, 어떤 개체가 다른 개체에 애정을 느끼고 친밀감을 표현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아기는 자립할 수 없으므로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아이가 미소를 짓는 등 이른바 ‘예쁜 짓’을 하는 것을 진화학에서는 애착행동의 결과로 본다.
애착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든 변화한다. 어린아이가 자라나면 잘 아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하게 되고 더 나중에는 부모에 대해서만 애착행동을 보인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들은 자신을 키워주는 인간에 대해 유별난 애착행동을 보인다. 동물학자들은 이런 성향이 늑대에서 가축화된 뒤 1만5000년이나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개들의 특성으로 본다.
한센 위트 박사는 생후 10일부터 키운 늑대 새끼 10마리와 강아지 12마리를 대상으로 분리불안 실험을 진행했다. 사육사(개들의 경우는 주인)와 낯선 사람이 번갈아 방을 드나들 때 늑대 새끼들과 강아지들이 보이는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다.
그 결과 늑대 새끼들도 돌봐준 사육사와 낯선 타인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강아지들처럼 사육사와 함께 있으면 안심하고 낯선 사람과 단둘이 있으면 몹시 불안해했다. 사육사가 방에서 나가려 하자 늑대 새끼들도 따라나섰다. 사육사가 방에 돌아오면 달려와 달라붙는 등 애착행동을 보였다.
박사는 늑대들의 애착행동 강도가 강아지들만큼 강한 점에 주목했다. 자신을 길러준 사육사와 있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개들의 애착행동이 스스로 발현된 것이 아닌 늑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센 위트 박사는 “늑대의 이런 애착행동이 관찰된 것은 처음이며, 늑대가 인간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성체가 아닌 새끼들이 인간에 친밀감을 보인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라며 “수많은 동물 중에서 늑대가 뽑혀 개로서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 지낸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박사는 이번 발견이 늑대의 진화나 역사를 이해하는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늑대와 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진화생물학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