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6년 벌어진 헤이스팅스 전투를 묘사한 초대형 자수 작품 바이외(바이유)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 속 웨식스 왕의 거처가 마침내 발견됐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역사학·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바이외 태피스트리에 등장하는 웨식스 가문 최후의 왕 해럴드 2세의 거처가 실존했다고 전했다.
헤이스팅스 전투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정착한 바이킹 후손 노르만족이 잉글랜드 정복을 위해 앵글로색슨 부대와 격돌한 역사적 사건이다. 노르만족을 이끄는 윌리엄 1세(정복왕 윌리엄)가 앵글로색슨을 사실상 통치한 해럴드 2세를 격퇴하면서 잉글랜드의 역사와 문화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길이 약 70m, 폭 약 50㎝의 바이외 태피스트리 노르만족이 잉글랜드를 정복하는 과정을 다룬 장대한 자수 작품이다. 당연히 헤이스팅스 전투도 들어갔는데, 그림에 묘사된 해럴드 2세의 거처 위치를 밝히려는 학자들이 노력이 오래 이어졌다.
조사 관계자는 "해럴드 2세의 거처 위치는 무려 1000년 동안 미스터리였다"며 "바이외 태피스트리에 대한 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실제 장소가 어렵게 특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외 태피스트리의 전반부에는 잉글랜드 해럴드 왕이 프랑스로 출정하기 전 연회를 여는 상황이 묘사됐다"며 "추측되는 장소의 현재 지도와 오래된 기록을 대조하는 한편, 땅속 탐사가 가능한 레이더 기술을 사용해 흔적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에 찾은 장소가 해럴드 왕의 거처로 여겨지는 결정적인 증거도 제시했다. 조사 관계자는 "웨스트서식스 보샴 발굴 조사에서 커다란 목조 건물 속 화장실 흔적이 나왔다"며 "이는 당시 고급 건축물에 들어간 설비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지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물 인근에는 지금도 남아 있는 홀리 트리니티 교회(11세기 건립)가 자리한다"며 "당시 왕이나 귀족의 거처는 교회 옆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해럴드 2세가 거주한 곳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정복 후 새 지배계급이 대두되면서 앵글로색슨 시대의 물리적 유산도 사라졌기 때문에 이번 발견이 특히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