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존재하는 수백만종 생명체의 DNA를 달에 보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우주·지상로봇탐사연구소 제칸 탄가 소장 등 연구팀은 최근 열린 전기전자학회(IEEE) 항공우주컨퍼런스에서 일명 '달 방주(lunar ark)'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탄가 소장은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지켜야할 책임과 이를 가능하게 할 수단이 있다"며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기술이 모두 존재하지는 않지만 30년 이내로는 실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체의 DNA를 보관해 이를 다시 활용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는 전 세계 식물의 유전 샘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특정 식물을 야생에서 다시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탄가 소장은 '안전한 백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구는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태양 플레어, 전염병 대유행, 기후 변화 등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 비교적 안전한 달에 DNA를 옮겨 놓자는 이야기다.

노아의 방주 <사진=pixabay>

 

달은 지구에서 4일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비해 이동이 용이하다고 탄가 소장은 주장했다. 지구궤도에 방주를 짓자는 아이디어도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달의 '용암 터널(Lava tubes)'이 DNA를 저장할 최적의 장소라고 언급했다. 30억년 전 용암 활동에 의해 달 표면 아래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대한 터널에 DNA 샘플을 저장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는 것. 이 용암 터널은 이미 과학자들로부터 그 존재가 확인됐으며, 인간의 잠재적 주거지 후보로도 꼽히는 장소다.

탄가 소장은 "유성이나 핵폭격 등 직접적인 타격이 없다면 괜찮을 것"이라며 "달에는 방주에 적합한 용암 터널이 200개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용암 터널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달 표면에서 펄스 레이저를 사용하는 원격감지카메라 등을 이용해 지하 지형도를 그려내는 게 우선이다. 이어 태양열로 작동되는 지상 건물과 지하 저온 저장고를 건설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DNA를 운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구팀 계산에 따르면 DNA의 성공적인 보관을 위해 종마다 샘플 50개가 필요하며, 실제로 이를 부활시키려면 500개까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샘플을 옮기는 데만 최소 250회 로켓 발사가 필요하다.

지구에도 존재하는 용암 터널 <사진=pixabay>

또 샘플을 보존하려면 -180~-196℃의 극저온 저장고가 필요하며, 여기에 샘플을 옮기려면 인간 대신 로봇을 사용해야 한다. 다만 초저온에서 작동 가능한 로봇이 필요한 것은 물론 샘플 운반시 로봇 역시 차가운 바닥에 들러붙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초전도물질을 사용해 자기장 트랙에 물체를 띄우는 '양자 부상(Quantum levitation)'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아직 이 기술은 실현 가능한 단계가 아니지만, 연구팀은 이미 여러 용도로 개발이 진행 중이라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달에 DNA 방주를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을 30년으로 잡았다. 비용 역시 수천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수준이지만, UN 등이 국제적인 협력에 나선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란 입장이다. 

탄가 소장은 "실제 위기가 임박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훨씬 빨리 완성될 수 있다"며 "그 경우 10~15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안을 넘어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 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가나 단체들에게 달 건설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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