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볼록렌즈에 통과시키면 굴절이 일어나 물체가 크게 보인다. 그런데 우주에는 렌즈와 같은 물체들이 존재한다. 바로 태양처럼 큰 질량을 가진 천체인데, 이는 이미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예측된 현상이다.

질량은 중력을 발생시켜 시공간을 휘게 한다. 빛을 포함한 모든 파동이나 입자들은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면서 굴절된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태양 표면 근처를 통과하면 미세하게 휘어야 한다고 예측했고, 이는 191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이 실측으로 입증해냈다.

이처럼 큰 질량을 가진 천체가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어 렌즈 역할을 하는 현상을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라고 한다. 실제로 중력 렌즈 현상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은하인 퀘이사가 변형된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데, 이는 퀘이사와 지구 사이에 있는 무거운 은하물질들이 중력 렌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력 렌즈는 별의 질량이 클수록 큰 굴절 효과를 낸다.

<사진=pixabay>

그런데 이 중력 렌즈 현상을 외계에 보낼 탐사선과 통신에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문학자 클라우디오 마르코네 박사는 26일 국제 온라인 학술지 arXiv를 통해 '중력 렌즈를 이용해 은하 인터넷 활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Galactic internet made possible by star gravitational lensing)'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르코네 박사는 국제우주아카데미(IAA) 과학우주임무 기술이사이자, 외계지적생명탐사(SETI) 상설의장으로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한 인물이다.

현재 지구에서 다른 별로 우주선을 보내면 통신을 위해 강력한 무선 신호를 발사한다. 이는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DSN)라는 전 세계 안테나 기지를 통해 이뤄지며, 각 기지는 70m에 달하는 큰 접시모양 안테나와 작은 안테나 여러 개로 구성된다.

하지만 우주선이 지구와 멀어질수록 무선 신호도 약해진다. 현재 기술로는 몇 광년만 떨어져도 신호를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레이저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이는 비용과 효율 문제를 발생시킨다.

마르코네 박사가 제안하는 중력 렌즈 이용법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으로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무선 신호를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무선 신호는 파장이 길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기 어렵고 통신 범위는 훨씬 제한적이다.

중력 렌즈를 이용한 무선 신호 강화 계산 <사진=클라우디오 마르코네>

따라서 우리 근처에 존재하는 큰 질량을 중력 렌즈로 이용, 우주선으로 보내는 무선 신호를 강화하고 초점을 맞추자는 게 박사의 주장이다. 마르코네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태양을 중력 렌즈로 이용하면 550AU(지구와 태양의 평균 거리의 550배)까지 무선 통신이 가능하다. 박사는 알파 센타우리나 바나드별 등도 중력 렌즈로 이용할 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계산을 도출해냈다.

마르코네 박사는 "태양의 중력 렌즈를 거대한 안테나로 활용, 태양계와 미래의 탐사선 사이에 성간 무선 링크(interstellar radio links)를 생성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며 "이 전파 다리(radio bridge)가 작동하도록 정렬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절전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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