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시각야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 문자를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미겔에르난데스대학교 연구팀은 인공망막과 뇌 임플란트를 조합해 특정 정보를 영상화하는 문자 인식 실험이 최근 성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사람의 뇌 시각야(대뇌 겉질 가운데 시각과 직접 관련된 부분)를 자극, 영상을 만들어내는 뇌 임플란트의 기능이 핵심이었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57세 여성을 실험에 참가시킨 연구팀은 안경에 내장한 인공망막과 뇌 임플란트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문자 인식에 도전했다.

실험 관계자는 “지금까지 안구 이식으로 시력을 회복시킨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인공망막이 포착한 광경을 뇌 임플란트가 뇌 시각야에 직접 자극, 지각 가능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96개 전극이 빼곡하게 들어찬 뇌 임플란트(왼쪽). 이를 대뇌피질에 삽입한 뒤 시각야를 자극, 문자 형상을 인식하는 과정 <사진=미겔에르난데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개발한 뇌 임플란트 영상 시스템은 일반 안경에 내장된 인공망막과 대뇌피질 내에 이식되는 임플란트로 구성된다. 인공망막에 비친 광경이 전기 신호로 변환돼 뇌 임플란트로 송신되는 방식이다.

실험 관계자는 “임플란트에는 길이 1.5㎜의 전극이 96개 뻗어 있고, 이것이 대뇌피질의 시각야를 자극하는 구조”라며 “인공망막으로부터 전송된 물체의 모양이나 패턴을 뇌가 제대로 인식하느냐가 실험 성패의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뇌 자극을 이용한 시각화 시스템은 과거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다만 이번 실험 대상은 57세의 인간 여성으로 엄연한 차이가 있다. 16년간 전혀 앞을 보지 못했던 여성은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지각된 영상을 해석하는 훈련을 받은 뒤 글자나 물체의 실루엣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실험 관계자는 “시스템 동작 분석 결과 대뇌피질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뇌 임플란트가 주변의 무관한 신경세포들은 전혀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공망막과 뇌 임플란트를 조합해 시력을 잃은 사람이 문자 형상을 인식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사진=pixabay>

이어 “특히 이 시스템은 뇌 표면에 장착되는 유형의 전극보다 훨씬 작은 전류로 작동한다”며 “이는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시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사물을 인식할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연구팀은 인공 망막 시스템의 실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남았다고 인정했다. 뇌에 심은 임플란트의 정상 작동과 더불어 영구적인 안정성 확보가 가장 큰 숙제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위해 현재 시각장애자들의 자원을 기다리고 있다.

잃어버린 시각을 되찾기 위한 학계 실험은 다양한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홍콩과기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사람의 실제 망막 구조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망막을 선보였다. 곡선형 산화알루미늄막과 페로브스키석(칼슘·티탄 산화광물)을 활용한 나노센서를 장착한 이 안구는 입력된 시각정보는 빠르게 외부 처리 회로로 전달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는 인체 시신경이 안구를 통해 들어온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과정과 흡사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