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 러시아 백해의 눈 속 일부가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빛나는 현상의 미스터리가 풀렸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러시아 북서부 백해(바렌츠해 인근 바다) 연안의 눈 아래가 희미하게 빛나는 원인은 요각류(copepods)였다고 발표했다.

백해에서 신기한 빛들이 무더기로 관찰된 건 지난해 12월이다. 미생물학자 베라 아멜리아넨코는 반려견과 우연히 눈 위를 걷다 창백한 빛 무리가 발아래에서 불규칙하게 반짝이는 현상을 눈치챘다.

그는 “눈 위를 밟으면 빛이 윙크하듯 깜박였다”며 “개가 달리자 동선을 따라 빛이 점멸하면서 장관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어 “말도 못 하게 추웠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딱 맞는 아름다운 빛에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백해에서 관찰된 아름다운 생물발광 현상 <사진=베라 아멜리아넨코 페이스북>

난생처음 보는 빛의 정체가 궁금했던 베라 아멜리아넨코는 눈 일부를 채취해 연구실로 돌아갔다.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빛의 정체는 아주 작은 바다 요각류들이었다.

베라 아멜리아넨코는 “눈에 섞인 요각류는 ‘메트리디아 롱가(Metridia longa)’였다”며 “추운 북극권을 비롯해 북대서양과 태평양에 서식하는 종으로 크기는 암컷 4.2㎜, 수컷 3.5㎜로 아주 작다”고 설명했다.

호기심 많은 생물학자의 발밑이 환상적으로 빛났던 건 바이오루미네선스(bioluminescence), 즉 생물발광 현상이었다.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중에는 물리적, 전기적, 화학적 자극을 받으면 빛을 발하는 종이 있다. 

요각류의 하나인 메트리디아 롱가 <사진=Stefano Di Crisci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etridia longa perceiving and capturing motile prey' 캡처>

러시아과학아카데미는 “메트리디아 롱가의 경우 빛은 머리와 복부의 표피샘에서 관찰된다”며 “루시페린(luciferin)이 함유된 분비물에 의해 아름답고 은은한 빛이 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루시페린은 생물체가 빛을 내는 데 관여하는 물질의 총칭”이라며 “메트리디아 롱가를 비롯한 일부 요각류, 문어 등 두족류, 해파리 같은 자포동물과 다양한 식물, 곤충, 미생물이 루시페린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낮에는 수심 90m까지 잠수했다가 야간에 얕은 수면을 부유하는 메트리디아 롱가는 백해 연안에 서식하지 않는다. 루시페린을 가진 요각류가 파도를 타고 해변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경우는 있지만 백해의 눈 아래서 바이오루미네선스가 관찰된 전례는 없다. 

북극권 러시아 백해 연안의 눈 아래가 빛나는 현상 <사진=베라 아멜리아넨코 페이스북>

러시아과학아카데미는 조수의 강한 흐름에 휩쓸린 메트리디아 롱가 떼가 백해 연안으로 흘러들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백해가 만조를 이루면 차가운 바닷물이 물가의 얼음이나 눈 사이를 채우기 때문이다. 백해의 장관은 루시페린을 가진 요각류 무리가 해류 탓에 눈에 갇히면서 우연히 완성됐다는 의미다.

학계에서는 바이오루미네선스를 응용, 친환경 조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가로등 같은 각종 조명에 동원되는 에너지를 대폭 아낄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특정 식물의 루시페린 발광 시간을 임의로 2배 이상 늘리는 실험도 성공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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