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시빈 등 일련의 환각물질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인간의 자아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교 연구팀은 7일 국제저널 ‘Neuropsychopharmac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인간 자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루탐산염(glutamate, 글루탐산과 염기가 반응한 것)에 실로시빈이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60명의 피실험자에게 실로시빈 또는 일반적인 위약을 투여하고 내측전두전피질 및 해마에 포함된 글루탐산염 농도 변화를 자기공명영상(MRI)장치로 관찰했다. 글루탐산염은 학습과 기억 같은 인지기능과 관련된 중요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안장애와 연관성에 학자들이 주목해 왔다.
실험 결과 실로시빈을 투여한 피실험자의 글루탐산염 농도가 크게 변화했다. 환각물질에 의해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 변화하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글루탐산염과 관련성이 인체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글루탐산염 양의 변화에 따라 자아의 상실에 질적인 차이가 생기는 점을 관찰했다. 실로시빈을 투여하면 내측 전두전피질의 글루탐산염이 증가하고 해마에서는 감소했는데, 전자의 변화는 부정적인 자아의 상실, 후자의 변화는 긍정적 자아의 상실과 관련돼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부정적 상실이 일어나면 사고·의사결정·동작 같은 것들이 자발적으로 이뤄지지 않게 되고 자제력도 약해진다”며 “반대로 긍정적 자아 상실이 되면 주위와 일체감이나 연대감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로시빈을 투여하면 어느 한쪽의 환각을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로시빈을 복용한 사람은 부정적인 체험과 긍정적인 체험을 모두 맛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강력한 환각제 LSD나 실로시빈이 뇌의 5-HT2A 세로토닌 수용체를 자극, 환각체험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많지만 다른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작용에 주목한 연구는 적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