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코브라처럼 독을 체내에서 생성해 뿜어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 연구팀은 3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 등이 가진 침샘이 독샘으로 진화한 뚜렷한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박사과정 아그니쉬 바루아가 이끄는 연구팀은 독과 관련된 하우스키핑 유전자(housekeeping gene), 즉 세포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는 필수 유전자에 주목했다. 이들은 오키나와로 서식지를 확대하는 살모사의 일종 ‘타이완 하부(Taiwan Habu, 학명 Protobothrops mucrosquamatus)’에서 파충류나 조류, 포유류와 공통적인 독 유전자를 발견했다. 

맹독을 가진 코브라 <사진=pixabay>

특히 이 하우스키핑 유전자는 인간의 침샘에서도 발견됐다. 인간의 침샘이 독사의 독샘과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이야기다. 아그니쉬 바루아는 “사람의 침샘은 대량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라며 “이런 유전적 토대가 있었기에 동물들 사이에선 각종 독이 독자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사람 역시 독을 분비하는 기관이 원래 갖춰져 있었다는 의미다.

거미나 뱀 등 입에서 독을 분비하는 동물은 많다. 이런 독선은 침샘이 진화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건 과거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영장류에서는 유일하게 늘보로리스(Nycticebus)가 독선을 갖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도 독을 분비하는 다른 동물이 가진 단백질을 생산한다. 바로 칼리크레인(callicrein)으로, 혈장 및 조직에 널리 존재하고 시토키닌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가수 분해 효소다. 타액에 포함된 칼리크레인은 다른 단백질을 소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아그니쉬 바루아는 “칼리크레인은 매우 안정돼 변이하더라도 갑자기 기능을 잃지는 않는다”며 “변이했을 때 고통을 더 주고 더 살상력(혈압을 급격히 저하시키는)이 있는 독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칼리크레인은 인간이 독액을 발달시키기 위한 이론적 출발점이 된다”면서도 “인간이 지금의 식생활을 유지하는 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와는 관련없음 <사진=영화 '베놈' 스틸>

실제로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도구를 발달시킨 덕에 식량을 얻거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독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아그니쉬 바루아는 “독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라며 “쓸데없이 독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거나 쓰지 않게 되면 이 기능은 사라져 버린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바다뱀 중에는 퇴화한 독선을 가진 종류가 있다. 과거 물고기를 잡아먹었지만 알을 먹고 살게 되면서 사냥감을 잡는 독이 필요 없어졌고, 결과적으로 독을 완전히 잃었다.

참고로 독을 가진 동물들은 몸을 지키거나 사냥감을 죽이기 위해 독을 진화시킨다. 사는 환경에 따라 독의 종류를 바꾸기도 한다. 예컨대 탁 트인 사막에 사는 뱀의 독은 주로 순환기에 영향을 준다. 주된 사냥감인 쥐를 물었을 때 당장 죽지 않아도 약해진 쥐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산에 살면서 주로 도마뱀을 잡아먹는 독사들은 강력한 신경독을 내뿜는다. 당장 먹이를 거꾸러뜨리지 못하면 바위 틈으로 숨어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동물의 독이 대개 위험하지만, 그 유전자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의학적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그니쉬 바루아는 “코브라의 맹독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뇌에서 발현되면 굉장히 위험하겠지만, 코브라는 이를 능숙하게 통제한다”며 “이 시스템을 밝혀내면 암 등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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