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미스터리 자체였던 케토미무스(Cetomimiformes)가 극적으로 포착됐다. 무려 2000m 넘는 심해에 투입된 원격 무인잠수정(ROV)이 100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케토미무스를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는 최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만 2013m 심해를 유유히 헤엄치는 케토미무스 암컷을 정밀 촬영했다고 밝혔다.

고래고기(Whale Fish)라고도 부르는 케토미무스는 꼬리치목에 속하는 척삭동물이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밝은 LED 조명을 갖춘 ROV 웨스턴 플라이어 호가 몸통 전체를 완벽하게 담아낸 케토미무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변태다.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형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변검 수준의 변태로 유명하다. 해양생물학자들에겐 오랜 탐구의 대상이다.

MBARI 무인잠수정이 포착한 암컷 케토미무스 성체. 몸 옆의 측선이 확실하게 보인다. <사진=MBARI 공식 트위터>

케토미무스는 MBARI가 지난 34년간 실시한 숱한 해양조사에서 20회도 채 마주치지 못한 희귀종이다. 같은 케토미무스라도 나이나 성별에 따라 형태가 확연하게 달라 학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미토콘드리아 게놈 해석이 이뤄진 2009년에야 그간 따로 분류됐던 케토미무스들이 실은 한 종류임이 판명됐을 정도다.

MBARI 관계자는 “케토미무스가 학계에 보고된 것은 100년 전인데 변태에 따른 외형 차이가 상당히 심한 몇 안 되는 생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케토미무스는 나이가 들면서 변태하는데 이전과 전혀 다른 겉모습을 갖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분류될 정도였다”며 “같은 속 다른 종으로 분류했던 어종이 실은 케토미무스의 치어였다”고 덧붙였다.

케토미무스의 변태는 나이도 그렇지만 성별 면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수컷은 몸에 비늘이 돋아나고 턱뼈 발달이 멈추면서 입이 극단적으로 작아진다. 대신 코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학자들은 이 상태의 케토미무스를 빅 노우즈 피시(학명 Mirapinnidae)로 분류해 왔다.

ROV 고해상도 카메라에 포착된 암컷 케토미무스 전신 <사진=MBARI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A rare whalefish sighting with ROV Doc Ricketts' 캡처>

수컷 케토미무스 치어는 새우를 닮은 요각류를 먹고 자란다. 그러다 성체가 돼 변태하면 위장 같은 소화기관이 사라져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된다. 뱃속에는 장 대신 생식기와 에너지를 저장하는 커다란 간이 들어찬다. 이때가 되면 케토미무스 수컷은 번식을 위해 정자를 제공하는 이동 창고 역할만 한다.

학자들이 애당초 고래고기로 이름 붙인 것은 암컷 케토미무스다. 이들의 변태도 수컷만큼 드라마틱하다. 일단 변태를 거치며 몸이 40㎝까지 자라 수컷보다 훨씬 커진다. 머리 가운데서 시작해 몸 양쪽 옆으로 수압을 감지하는 측선이 뚜렷하게 자리를 잡는다. 학자들은 케토미무스가 측선을 이용해 심해에서도 무리 없이 헤엄치는 것으로 추측했다. 일부 암컷은 변태를 거치며 밝고 화려한 오렌지색을 띤다.

MBARI 관계자는 “수컷과 암컷 케토미무스 모두 수심 1500~2000m의 심해에서 목격되는 경우가 많지만 3500m에서도 확인된 사례가 있다”며 “이들의 습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먹이활동을 위해 수심 600m까지 이동했다가 해가 지면 안전한 깊이까지 가라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케토미무스는 변태에 따른 외형 변화가 너무 심해 그간 다른 종으로 분류할 만큼 정보가 많지 않다”며 “ROV의 발달이 진행될수록 케토미무스를 비롯한 보다 많은 심해생물과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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