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가 여왕개미로 변모하는 과정에는 특정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인도점핑개미(Indian jumping ant, 학명 Harpegnathos saltator) 일개미가 여왕으로 승격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단백질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도점핑개미 여왕이 죽을 경우 일개미 일부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뇌 크기가 변화하는 원인에 주목했다. 이런 현상이 모든 종류의 개미가 아닌 일부 종에서만 나타나는 데는 특정 인자가 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인도점핑개미는 죽은 여왕을 대신하기 위해 암컷 일개미들이 1개월여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새로 선출된 여왕개미는 난소가 커지는 대신 뇌 크기가 최소 20% 줄어드는 특이한 종이다. 이는 번식에 전념하기 위해 뇌에 소비하는 에너지를 난소로 보낸 결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인도점핑개미의 뇌에서 살아 있는 신경세포를 채취해 이를 배양, 게이머게이트(gamergate)로 변모하게 만드는 분자 메커니즘을 관찰했다. 게이머게이트란 여왕개미로 승격될 자격, 즉 산란능력을 갖춘 일개미를 뜻한다.  

그 결과 일개미와 게이머게이트 사이에서 유약호르몬(juvenile hormone)과 에크디손(ecdysone) 농도 차이가 발견됐다. 유약호르몬은 곤충의 유충 형태 유지를 위해 알라타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에크디손은 곤충의 탈피와 변태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인도점핑개미 <사진=THE WILD MARTIN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arpegnathos, The Jumping Ants, a Complete Overview | Ant Keeping Season 2020 Week 8' 캡처>

실험 관계자는 “두 호르몬이 단일 단백질인 Kr-h1(Kruppel homolog1)을 활성화시켜 세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단백질은 일개미들과 게이머게이트의 유전자를 조절하고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개미가 게이머게이트로 변모하면서 뇌 유전자 패턴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두 호르몬은 Kr-h1이라는 단일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신경세포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Kr-h1 단백질이 일개미와 게이머게이트 각 개체에 있어 일종의 스위치 기능을 한다고 판단했다. Kr-h1이 등급 변환을 일으키는 유일한 스위치라고 볼 수 없지만 역할이 서로 다른 개체에 동시에 기능하는 단백질이 발견된 것은 드물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뇌 구조 및 기능 변화의 이해를 돕는 힌트가 될 것으로 추측했다. 포유류의 뇌에서도 개미 같은 호르몬이나 단백질이 발견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실험 관계자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뇌는 환경에 어느 정도 반응해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곤 한다”며 “이번 발견을 당장 사람에 적용하긴 무리지만 뇌 기능을 제어하는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힌트는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