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어긴 자는 죽는다."
섬뜩한 경고 문구가 새겨진 히타이트 왕조의 인장을 고고학자들이 발굴했다. 히타이트는 기원전 1178년까지 이어진 아나톨리아 반도의 고대 국가로 왕위 계승법을 최초로 만들 정도로 법률에 정통했다.
일본 중근동문화센터(MECCJ) 연구팀은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남쪽으로 약 100㎞ 떨어진 뷔클리칼레 유적에서 흥미로운 히타이트 왕가 인장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뷔클리칼레 유적은 서아시아에서 최초로 철기를 사용해 메소포타미아까지 세력을 넓힌 히타이트의 군사 요충지였다. 14년간 이곳에서 발굴 조사를 이어온 연구팀은 지난해 쐐기문자가 새겨진 인장을 발견했다.
MECCJ 역사학자 마츠무라 키미요시 박사는 "'이를 어긴 자는 죽는다'는 엄격한 경고문은 히타이트인들이 합의나 계약을 매우 중시했음을 보여준다"며 "한 번 결정한 것을 어기면 가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한 권위 있는 인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찍이 성문법과 법체계가 발달한 히타이트는 위법 행위에 대해 벌금이나 배상금을 부과하는 관용적인 국가로 알려졌다"며 "이번 인장은 히타이트에도 오싹한 법률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이 인장이 왕이나 왕비의 명의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뷔클리칼레가 히타이트의 수도 하투샤(현재 튀르키예의 보아즈칼레)와 밀접한 관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츠무라 박사는 "인장에는 위대한 왕 타바나 및 왕비 타바난나의 명에 따라 규칙을 어기는 자는 죽임을 당한다는 쐐기문자가 새겨졌다"며 "이러한 인장은 통상 계약 위반이 발생할 경우 엄격한 벌칙이 부과되는 것을 의미하며 뷔클리칼레가 하투샤의 왕족과 교류한 주요 거점임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뷔클리칼레에서 발견된 다른 점토판에는 히타이트 왕족에 의한 다양한 종교의식의 설명이 각인됐다. 마츠무라 박사는 이런 유물들이 뷔클리칼레가 고대 국가 히타이트에서 점한 높은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