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떠도는 DNA를 감지해 동물의 종류를 특정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학계는 멸종 위기에 몰린 동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생태계 교란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와 영국 런던퀸메리대학교 공동연구팀은 9일 공개한 논문에서 생물 유래 DNA를 공기 중에서 채취, 분석한 결과 일부 동물 종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 다양한 물질이 떠다니는 점에 착안, 이번 실험을 기획했다. 공기 중의 환경 DNA(environment deoxyribonucleic acid, eDNA)를 분석해 동물의 종류를 맞힐 수 있다면 지역에 어떤 종이 분포하고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가설이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인류의 커다란 숙제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이 서식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배설물 등 흔적에 의존하던 기존의 방식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 효율도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은 살면서 배설물이나 털, 각질 같은 DNA를 포함한 수많은 흔적들을 주위에 뿌린다"며 "생물 유래의 eDNA를 분석, 어떤 동물이 머물렀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동물보호가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동물원 공기에서 eDNA를 채취, 분석을 반복했다. 그 결과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 어류 등 총 49종의 동물을 특정할 수 있었다. 열대관에서 나무늘보나 보아뱀, 야외관에서는 타조나 기린, 얼룩말, 임팔라, 코뿔소 등 큰 동물부터 나비 등 작은 곤충의 eDNA가 감지됐다. 작은 연못에서는 구피 흔적도 발견됐다. 

공기 중에서 채취한 eDNA를 분석, 동물을 특정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사진=pixabay>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공기 중의 eDNA가 동물의 생식 환경을 알아내는 가장 유력한 단서라고 결론 내렸다. 동물원 내 70개소의 공기에서 채취한 25종의 동물 DNA 중 17종은 동물원이었고, 나머지는 주변 야생동물일 정도로 다양한 정보가 입수됐다. 심지어 야생동물 eDNA에는 멸종 위기를 맞은 고슴도치 일부 종도 포함됐다.

실험 관계자는 "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동물 모니터링 방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eDNA를 활용한 기법들은 지역의 생물 분포 현황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알려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침략적인 외래종을 감시하거나 동굴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서식하는 동물의 존재도 밝힐 수 있다"며 "다만 공기는 모든 곳을 떠돌기 때문에 샘플이 오염됐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